한국 측 '역대 최대' 민간사절단
"트럼프 리스크, 한미 협력으로 극복"
미국 대선 한 달여 만에 한국과 미국 경제계가 만나 기술 협력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비롯한 재계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책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한편, 한국이 미국 첨단산업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임을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상공회의소(미상의)와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총회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5년 만에 미국에서 열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국내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증명하듯 올해 한국 측 민간사절단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산업 환경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양국 경제계가 긴밀하게 협력해 변화의 파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은 트럼프 1기 정부 출범 후 7년간 143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에 기여했다”며 “한미 양국의 변함없는 공급망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반 그린버그 미한재계회의 위원장은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자 파트너이며, 강력하고 미래 지향적인 한미 관계의 중심에는 바로 양국 경제인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한미 양국 방위산업과 반도체, 바이오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됐다. 또 그린버그 위원장은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과 ‘미 의회가 보는 한미 관계’를 주제로 대담을 갖고 양국의 경제 협력과 미래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설리번 의원은 미국 상원의 지한파 모임 ‘코리아 코커스’ 창립 회원이다.
총회 참석 기업인들은 반도체, 디지털 무역,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청정에너지 등 주요 전략 분야에서의 한미 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담은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양국의 기업 투자가 예측 가능한 환경이 되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공동성명서에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핵심광물, 제약, 방산 등 주요 핵심 기술의 공급망 복원을 위해 양자 및 다자 협력을 강화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전, 조선업 등 유망 협력 분야에서도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재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 무역 제한 조치 등을 논의하고 노동·기술 규제 등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한 디지털 규제 협력과 제약·바이오산업의 혁신을 추진하고, 에너지 안보와 저탄소 경제 전환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자력을 꼽았다.
아울러 내년 워킹그룹을 출범해 다양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정책 의제를 발전시키고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로 했다.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한 한경협 사절단은 미국 각계 인사를 만나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도 폈다.
토드 영 상원의원, 아미 베라·마이크 켈리 하원의원 등 코리아 코커스 의원들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및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 싱크탱크, 라인스 프리버스 트럼프 1기 초대비서실장, 켈리앤 콘웨이 트럼프 1기 백악관 수석고문과의 간담회를 각각 개최하며 한국 경제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한국의 대미 그린필드 투자(현지에 생산시설 설립) 규모가 지난해 기준 215억 달러로 최대이며, 대미 투자국 중 일자리 창출 1위 국가라는 점 등을 내세워 핵심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트럼프 2기 출범 대비 한미 경제 협력의 중요성과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기여도를 미국 의회 및 정부 측에 널리 알리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라며 “한경협은 우리 기업과 경제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미국과의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극대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