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고시 ‘현상유지’만 가능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게 되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구성과 차후의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 이는 분명히 ‘현상변경적’ 행위에 해당한다. ‘대통령의 사고 시에는 이를 행사하면 안 되고, 대통령 사망이나 탄핵 등 궐위 시에는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3일 국민의힘 초선 공부 모임이 국회에서 개최한 ‘헌법 111조 논쟁,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의 쟁점’ 토론회 발제를 맡은 지성우 한국헌법학회 회장은 이같이 결론 내렸다. 대통령 ‘궐위’ 상태가 아니라면 권한대행은 ‘현상유지’만 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론 전인 직무정지 상태, 즉 ‘사고’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같은 시간 열린 정계선(55·사법연수원 27기)·마은혁(61·29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는 불참했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탄핵소추가 되면 ‘사고’”라면서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위는 그대로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탄핵 심판이 결정됐을 때가 ‘궐위’”라면서 “사고 때와 궐위 때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은 달라야 한다. (대통령의) 직무 정지 중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게 지론”이라고 했다.
권 권한대행은 또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 했는데, 국회가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로) 가면 과연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라면서 불공정하다고 했다. 소추와 재판은 분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헌법 111조 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3항은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초선 의원들이 힘을 보태고 나선 것이다.
반대로 특검법에 대해서는 반대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맞다는 입장이다. 지 회장은 “특검법 등 법안들의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이송된 위헌적 특검법 등을 그대로 두면 이 법이 공포돼 국정 상황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 예상되므로 권한대행은 특검법 등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현상유지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강행 처리한 내란-김건희 특검법에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 회장은 특히 “탄핵제도는 엄연하게 형사재판 절차”라면서 “하지만 실제 운영은 의원내각제 제도에서 내각 불신임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최소한 일반법원 1심 판결이 끝난 뒤 심판 절차를 진행하는 제도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민전 의원은 “미국은 탄핵소추를 당해도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하지 않는 데 반해 한국은 직무정지를 당한다”며 “탄핵소추가 정치공세로서 국가기관을 마비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헌법재판관의 재판과정이 ‘신속’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절차의 완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인청특위 위원인 정점식 의원은 “법조인 출신 의원들과 논의해 절차가 현실화되면 (권한쟁의 심판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4일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한 뒤 26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