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도입 두고 또 공방전…"소액주주 보호 vs 법률 위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이 내달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집중투표제'를 두고 장외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MBK·영풍 측이 또다시 비방전에 열중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오로지 고려아연을 통째로 넘겨받는 데만 몰두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등의 안건을 확정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앞서 계획을 밝힌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소액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등도 포함됐다.

MBK·영풍 측이 문제 삼은 건 집중투표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대표적인 소액주주 보호 제도다. 이사회가 대주주의 뜻에 따라 구성되는 것을 견제하는 방법 중 하나다.

MBK·영풍 측은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연장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하려면 이미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배제돼 있지 않아야 하고, 최소 주총일 6주 전에 청구해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집중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며 "후속 안건으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을 상정하는 것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도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 변경이 가결되는 것을 전제로 추가적인 이사 선임 안건이 주총에 상정된 바 있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 이사회는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에 대해 집행 기능의 책임 및 전문성을 높이고, 이사회의 감시 기능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MBK와 영풍은 주주권익 보호보다 경영권 확보에만 매몰돼 합리적 제도의 도입조차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K·영풍 측이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에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ISS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자문사가 적극 권고하는 사항(20명 미만)"이라고 반박했다.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제한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 14명을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MBK·영풍 측의 계획이 틀어진다.

최윤범 회장은 "MBK·영풍의 집중투표제 비난은 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장애라는 판단에 기인하는 듯하나, MBK·영풍도 이번 임시 주총을 계기로 함께 회사의 미래 성장과 발전을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