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용 중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윌 트렌트가 오래된 집을 고치는데 업자를 부르면 돈이 많이 든다며 직접 페인트칠을 하는 것이었다. 미드를 보면 생각보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집을 직접 고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사람을 부르면 인건비가 더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미국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최근 계약이 끝나 이사를 하면서 바로 내 일이 됐다.
커튼을 달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본 아내가 나한테 커튼은 직접 달아달라고 한 것이다. 커튼은 전부터 쓰던 게 있어서 레일만 사서 달면 되는데 업자를 부르면 두 배 이상 돈이 들기 때문이다. 마침 예전에 사둔 무선전동드릴이 집에 있었다. 직접 커튼 레일을 주문하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레일을 설치했다. 작은 창문은 직접 블라인드를 사와서 설치했다. 다 설치된 커튼과 블라인드를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현관문 말발굽을 설치하는 것은 조금 고민됐다. 아내가 꼭 필요하다고 해서 달긴 해야겠는데 철문으로 된 현관을 전동드릴로 뚫는 게 만만치 않아 보였다. 아내는 업자를 불렀다. 이 과정에서 약간 해프닝이 있었다. 애초에 문고리랑 말발굽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문고리는 기본으로 장착이 돼 있었다. 그래서 두 개를 합쳐 5만 원에 업자를 불렀는데 말발굽만 설치하는 것도 출장비는 똑같다며 4만 원을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2개 설치에 5만 원이었는데 1개 설치에 4만 원이라니 알고 보면 사실상 출장비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굵직한 공사가 아닌 작은 공사에도 출장비라는 이름으로 비용이 청구됐다. 사실 선진국은 인건비가 비싸다. 사람 대접을 제대로 하는 게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업자를 부를 때마다 인건비가 비싸서 다음에는 내가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이 매번 들었다. 윌 트렌트가 멀리 있지 않았다.
요즘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일시적 수요 정체를 뜻하는 전기차 캐즘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인다. 필자는 화재보다는 주행거리가 아직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1000㎞의 주행거리를 기록하는 전기차가 상용화된다면 주저없이 선택할 생각이다.
필자가 주행거리 핑계를 댔지만, 전기차를 타고 싶은 마음은 내연기관차를 타면서 각종 고장과 부품 가격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다. 차는 오래 타야 한다고 생각해서 벌써 9년째 같은 차를 고치면서 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카센터에 갈 일이 점점 많아지고 가끔은 꽤 많은 비용이 나오기도 한다.
전기차도 안타깝게 오일을 갈아야 하지만 감속기 오일만 교체하면 되고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 냉각수 정도만 교체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카센터를 갈 때마다 자동차 수리를 배워서 내가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요즘 아내는 내 머리를 깎아주겠다며 미용을 배우겠다고 한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돈 아끼려면 기술을 배워야 하는 세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