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증시 우량주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DAX지수는 올 들어 18.7% 상승했다. 이는 프랑스와 영국 증시를 크게 앞지르는 것은 물론 범유럽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600유럽지수 상승률 4.8%보다 3배가 넘는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DAX지수는 3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2만 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다.
독일판 M7으로 불리는 7개 주요 기업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미국 IBM 출신 엔지니어 5명이 합심해 세운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SAP, 방산업체 라인메탈, 종합 엔지니어링업체 지멘스와 지멘스에너지, 통신회사 도이체텔레콤,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와 재보험사 뮌헨리(Munich Re)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SAP는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올해 주가가 70% 올랐으며 DAX지수 전체 시가총액 증가분의 약 40%를 차지했다. 라인메탈은 유럽 국방비 지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107% 뛰었고, 지멘스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로 329% 폭등했다. 이들 모두 중국 소비 부진과 미국의 잠재적 관세 철퇴에 덜 민감한 종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독일 경제성장 둔화와 정치적 혼란 등 악재 속에서도 증시가 선방해 눈길을 끈다.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자유민주당(FDP) 3당의 이른바 ‘신호등 연립정부’는 지난달 재정정책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FDP가 연정에서 탈퇴하면서 붕괴했다. 이어 16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연방의회에서 불신임당하면서 내년 2월 조기 총선거를 앞두게 됐다. 이런 가운데 내년 독일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문가 전망치는 당초 1.2%에서 0.6%로 반 토막 났다.
JP모건자산운용의 티머시 루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DAX지수의 올해 성과는 놀라운 것”이라면서 “주식시장과 경제 성과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냈다. 유니언인베스트먼트의 아르네 라우텐베르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편중 현상은 불안정한 시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SAP 비중이 커 지수 전체가 이 회사의 실적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형 기술주 중심의 미국 M7과 달리 에너지, 통신, 보험 등 다양한 분야로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