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예술인 보호 넘어 시장 규제 공정위 역할까지 넘봐”
문산법 웹툰ㆍOTTㆍ방송 등 광범위 규제로 탁상행정 지적도
“포괄입법금지 위배…법 한번 제정되면 산업ㆍ국가 피해 우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산법은 문화 산업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 10가지를 금지 행위로 규정하고 문체부에 시정조치 권한을 부여한다. 시정 명령 불이행 시 이행 강제금 부여, 과태료, 형사 고발까지 할 수 있다. 문체부는 예술인 권리 보호를 넘어 시장 규제에 대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옥상옥 규제라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미 유사한 금지 행위 규제 권한을 갖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등과 중복 규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문체부가 강력한 행정 제재까지 할 수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스스로 시장 규제에 대한 강력한 권한을 가져 문화계의 공정위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문산법은 저작권 법정 공방 중에 세상을 떠난 검정고무신 작가 고(故) 이우영 씨 경우와 같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불공정 관행을 규제하기 위해 금지 행위 유형과 이에 따른 규제를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다. 창작자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이러한 법안의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다른 부처 소관 법률과 중복 규제라는 점 뿐만 아니라 문화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문제도 지적된다.
문산법 적용 대상이 되는 문화상품이 지나치게 넓어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되고 획일화된 규제는 문화 산업의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고 제작과 유통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이용자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문산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 문화상품은 △웹툰뿐만 아니라 △방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악 △출판 △애니메이션 등으로 매우 광범위하다. 문체부는 이미 문화산업에 대한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만화진흥법, 음악산업진흥법, 영화비디오법 등을 통해 개별 산업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
웹툰ㆍ웹소설 기업, 소비자, 학계, 창작자 등 우려의 목소리에도 정부와 국회가 모든 콘텐츠 영역을 규제하는 법 먼저 제정하고 추후 우려 사항들은 시행령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졸속 입법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졸속 입법하게 되면 포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한 번 만들면 되돌릴 수 없는 법이 웹툰 산업과 우리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