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외국환평형기금의 불합리한 이자지급 방식으로 지난 6년 동안 무려 4조2600여억원의 적립금을 허공에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은행 기관운영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예치이자율과 운용수익률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손익은 한은의 전체 손익의 9.7%∼49.1%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2002년 5조7500여억원이었던 적립금은 2007년말 현재 1조4900여억원으로 무려 4조2600여억원이 급감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외평기금에서 발생한 손실 비중은 한은 전체 손실의 34.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에 "외평기금의 외화자산 예치이자율이 운용수익률에 근접하도록 하는 등 이자지급 방식이 한은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개선하라"고 한은과 기재부에 지적했다.
참고로 한은은 기획재정부에서 외평기금의 외화자금을 예치받아 해외채권 등에 투자 및 운용에 나서며 운용 수익을 올리고 외평기금 예치에 따른 예치 이자를 지급한다.
이를 통해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일부만 적립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정부의 일반 세입으로 납부하는 한편, 손실이 발생할 때는 적립금으로 보전하도록 한국은행법은 규정하고 있다.
한은은 예치이자율보다 운용수익률에 높아 이익이 발생하면 일부를 적립금으로 돌려 놓지만 정부는 그 수익금과 기존 적립금의 일부를 거둬들인다.
그러나 운용수익률보다 예치이자율이 높아 손실이 발생하면 그만큼 적립금이 감소하게 되므로 예치이자율에 운용수익률이 반영 되지 않아 손익변동폭이 커지는 경우, 일정 기간의 누적손실과 누적이익이 같아지더라도 적립금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따라서 한은이 예치이자율과 실제 운용수익률이 유사하게 결정되도록 조정해 외평기금 예치금의 이자지급 방식이 더이상 한은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행 '외국환평형기금 운용업무 취급세칙'은 한은과 기재부가 외평기금의 외화자금을 3개월 단위로 예치하고 이자는 예치 당시 2년 및 5년 만기 미국채의 평균수익률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예치이자율이 현재 시장이자율에 영향을 받는 반면에 운용수익률은 당시 투자된 채권의 액면이자율로 정해져 있어 손익변동폭의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
한편, 한은은 지난 2007년 상반기 결산 결과 당기순손실이 5634억여원에 이르러 적립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자, 2007년 하반기 들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데도 회계상 수익에 우선을 두는 모습이었다.
특히, 액면 이자율이 높은 금융기관발행채권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적립금의 지속적인 감소가 외화자산의 투자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후 금융채는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 2007년도에 투자한 금융채를 2008년도에 매각해 미화 기준으로 8900만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