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스의 인지도를 높여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최근 경기 광명시 하스 광명지사에서 만난 김용수 하스 대표는 하스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강조했다. 하스는 세계 최초로 자연 치아와 가장 유사한 소재를 개발한 글로벌 보철수복 소재 전문 제조기업이다. 2008년 하스를 창업한 김 대표는 16년 만인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치과보철물을 만드는 대표적인 소재로는 지르코니아, 결정화유리(글래스 세라믹), 세라믹 폴리머 복합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결정화유리는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비정질이라 강도가 약한 유리에 결정을 넣어 보완한 재료로, 리튬 디실리케이트를 만든다. 자연치아와 심미적으로 가장 유사한 소재이며 특히 전치부(앞니)에 많이 쓰인다. 가격도 지르코니아보다 2~3배 비싸다.
하스는 리튬 디실리케이트를 뛰어넘은 나노 리튬 디실리케이트를 개발했다. 이 기술로 태어난 대표 제품이 ‘앰버밀(Amber® Mill)’이다. 엠버밀은 경쟁 소재인 리튬 디실리케이트보다 결정 크기를 약 100분의 1로 줄여 물성과 심미성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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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가공할 때 끝부분(마진)을 최대한 얇게 만드는 것이 좋은데 그러면 사기그릇의 이가 나가듯이 흠이 생긴다. 그래서 기존 제품은 마진을 0.5mm 이상으로 유지해야했다”라면서 “앰버밀은 결정 사이즈가 작아 0.3mm까지 깎을 수 있어 경쟁력이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앰버밀은 열처리 온도에 따라 투명도가 바뀐다. 김 대표에 따르면 투명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결정화유리는 앰버밀 뿐으로, 이를 통해 자연 치아와 유사한 투명도를 구현할 수 있다.

하스는 한번에 많은 양의 보철물을 만들 수 있는 디스크형 재료를 내놓은 세계 최초 기업이기도 하다. 기존 경쟁사들은 이미 제조 공정이 크라운 1개만 만들 수 있는 싱글블록에 최적화돼 디스크형은 하스의 독무대다.
하스의 매출은 90% 이상이 해외시장에서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70개국, 133개 유통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결정화유리와 같은 프리미엄 소재는 국민 소득과 인구 수가 각 나라의 시장 규모를 좌우한다. 하스는 보철수복 시장 상위 7개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독일, 영국, 중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완료했다.
하스는 글로벌 리튬 디실리케이트 1위인 리히텐슈타인의 이보클라, 2위인 미국의 덴츠플라이 시로나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와 2위는 모두 100년이 넘는 업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좋은 소재를 개발하고 열심히 마케팅해도 터줏대감들의 업력을 순식간에 추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여 효과가 나타날 시점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스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두바이 치과기자재 전시회(AEEDC 2025)’에 참가했다. 155개국 6만6000여 명이 모여든 이번 전시회에서 기존 파트너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시장 다변화를 위한 신규 파트너를 발굴했다. 또한 중동 지역에 특화된 영업전략을 수립하고 현지 교육행사 및 지원전략 실무도 논의했다.
다음 달에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국제 치과기자재전시회(IDS 2025)’로 향한다. 2년마다 열리는 IDS는 글로벌 치과 업계에서 가장 큰 행사로 꼽힌다.
김 대표는 “IDS는 작년보다 참가 규모를 확대했다. 부스 위치도 전시장 중심에 잡았다”라면서 “올해는 단연 미국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우고 싶다. 그다음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2021년 125억 원이던 하스의 매출은 2022년 149억 원, 2023년 16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매출 기준 남미 32%, 유럽 25%, 북미 12%, 아시아 12%, 중동·아프리카 12%, 국내 8%로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고객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매출 118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는 상장을 준비하느라고 마케팅과 영업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했지만, 올해는 대폭 성장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기업간거래(B2B) 영업에 주력해 왔다면, 올해부터는 치과 의사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재 단품 중심 영업을 장비와 소프트웨어, 보철물 디자인까지 패키지화한 영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보철수복 소재 전과정으로 사업을 확장해 록인(Lock-in)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특정 지역에서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영업에도 나선다. 아울러 기존 연구소를 치과재료연구센터와 첨단소재연구센터로 개편해 국책과제로 선정된 반도체 패키징용 핵심소재 국산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한다.
김 대표는 “상장하지 않고 영업이익과 은행 레버리지로만 투자하면 퀀텀점프는 어렵다. 상장을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적극적인 마케팅과 생산설비 확대, 신규 제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