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분기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를 틈다 반짝 인기를 끌었던 외화예금이 최근 원화 가치의 추세적인 상승 국면 진입과 함께 인기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세가 지속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포트폴리오 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등 글로벌 리스크 축소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감소에 따른 원화값 강세 기조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외화예금은 주식 투자와 달리 일정한 금리가 보장되고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할 때는 정해진 예금금리 이외에 환율 상승 폭만큼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 상승기에 대표적인 '환(換)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환차익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금융종합소득세에도 가산되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인해 지난해 환차익을 목적으로 외화 자산을 보유하는 적극적인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기도 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환율이 추세적인 하락 기조로 진입하는 현 시점은 외화예금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외화예금은 적절한 시기와 통화를 골라 가입하면 이자 수익에다가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지만 적절하지 못한 시기와 통화를 선택하면 반대로 환손실을 입어 은행에 원화로 예금한 것만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외국유학에 보낸 사람, 여행이나 유학 계획이 있는 사람 등이 아닌 환테크 차원으로 접근하려는 사람들은 외화예금 가입 시기와 관련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환율이 상승하는 초기에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게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고 어떤 통화가 수익률이 좋을 것인지도 고려 대상이다.
박준민 한국시장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주가지수와 환율간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국면에 환율이 대체로 상승했다"며 "주식시장이 대세 하락 국면에 진입하는 초기에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증시가 급락세를 타던 작년 하반기가 투자 목적의 외화예금 가입의 적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현 시점은 이와 정반대인 상황이므로 외화예금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환율을 자산운용 측면에서 접근할 경우, 환율의 기본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개념은 기축통화와 그 이외의 환율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국가별로 통화 가치의 변동 폭 역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초 외환시장 참가자들사이에 달러, 유로, 엔화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낼 통화가 무엇이냐를 놓고 잠시 논쟁거리가 됐던 경우가 좋은 예다. 그러므로 외화예금을 들 때는 어떤 통화 표시로 예금을 들지 고심해야 한다.
통화 표시에 대한 금리 또한 중요한 고려 대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2008년 환율 대세 상승기와 같이 환차익이 컸을 당시에는 고금리가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나 환율 상승 폭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전철희 외환은행 WM센터장은 "실제로 원화가 낮은 상태에서 안정되어 있고 금리 또한 매우 낮았던 시기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호주 달러나 뉴질랜드 달러 표시 예금에 든 사람들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이들 투자자들은 작년 하반기 세계 경기 침체로 호주와 뉴질랜드의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자 외화예금을 해지하거나 달러, 유로, 엔화 표시 예금으로 재빨리 갈아타는 모습을 보였다"고 귀뜸했다.
그는 "따라서 투자 목적의 외화예금을 가입이라면 외환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수익률 면에서 효과적"이라며 "외환시장을 움직이는 변수가 워낙 많고 변동성 또한 높기 때문에 환율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