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K-택소노미' 프로세스 고도화
"정부, 일관된 ESG 정책 추진해야"
금융권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금융' 재정비에 나섰다. 근간인 'ESG 경영'이 제도적, 산업적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 초 기존 ESG기획실의 명칭을 더 넓은 범위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기획실'로 변경했다. 단순히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환경과 사회를 위한 금융의 본질적인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속가능 발전을 이끌어가자는 취지다.
KB국민은행은 탄소 배출량 감축 이행 활동을 추진하는 등 저탄소 전환 가속화와 연계 비즈니스를 강화한다.
하나은행은 ESG 금융 중에서도 중소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는 녹색금융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ESG컨설팅과 연계한 금리 우대 상품을 기획 중이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는 녹색 및 전환금융 확대를 위한 내부 협의체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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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도 중소기업의 녹색산업 전환을 위한 금융지원 활성화에 집중한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K-택소노미' 프로세스를 고도화해 ESG 금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은행 내부의 온실가스배출량 감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의 이러한 변화는 ESG 패러다임 전환이 대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등 국제사회의 통일되지 않은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전면으로 내세운 ESG와 명확히 거리를 둔 것이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에 이미 넷제로은행연합(NZBA)을 탈퇴하기도 했다. 넷제로은행연합은 2021년 출범한 UN 산하 기후 이니셔티브로, 2050년까지 은행 대출·투자 등 금융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 ESG 금융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ESG 금융은 퇴보가 아닌 진화를 통해 '결국 가야 할 길'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의 '미래금융의 변화와 금융의 성장전략' 세미나에서 "중간에 정치적 결정에 따라 중단될 수 있지만, 기후변화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기후금융의 역할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석 연세대 환경금융대학원 주임교수는 "수소, 친환경 소재, CCUS 등 탄소 중립 기술의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ESG 경영에 대한 저변 확대를 위해 정부가 일관되게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를 위한 ESG 공시와 평가에 대한 표준화가 부족해 기업 간 비교가 어렵고,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상황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 개선 없이 ESG 금융 확대만 압박하는 것은 금융사 부담만 키울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