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발행 증권사 ‘사기 혐의’ 고소까지
홈플러스 “정상영업 통해 재무구조 개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장기 할인전을 펼치며 맹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후 현금 확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사실상 근본적인 대안이 전무한 가운데, 신용등급 강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등 다퉈야 할 사안도 적지 않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월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무려 4차 할인전을 펼치며, 현금 끌어모으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홈플러스는 잇단 행사에 대해 고객에 대한 ‘감사 세일’이란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현금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법정관리 개시로 금융사로부터 대출이 막히면서 할인을 통해 납품대금 등 상거래채권을 변제하려는 의도가 크다.
홈플러스는 현재 기업회생 신청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빠르게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기업회생 신청서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지난달 17일부터 현금 부족 사태가 발생해 5월 약 7300억 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후순위인 금융채무 등 상환 유예가 가능해 5월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이 2779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논란이 커지자 법정관리 이후 후순위 회생채권인 상거래채권(2월 12일 이전 발생한 상거래채권)도 우선변제 대상으로 설정하고, 4600억 원 규모의 매입채무 유동화까지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해 전액 갚겠다고 선언해 현금 확보가 매우 절실해졌다.
관련 뉴스
정상 운영에 따른 비용 발생도 감내할 대목이다. 홈플러스가 매달 협력업체, 임대점주(테넌트) 등에 정산하는 상거래채권은 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 중 물품·용역 대금은 3500억~40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신용등급 강등을 사전에 알고도 채권을 발행했다는 의혹도 해소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1일 최대주주 MBK파트너스(MBK)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알고도 채권을 발행했던 정황 등을 발견했다며 집중적으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 회생신청 계획도 세워둔 상태에서 채권을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해 홈플러스 채권을 발행하고 판매한 신영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4사가 홈플러스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다퉈야 할 요소도 늘고 있다.
악화일로 상황이 이어지면서 홈플러스는 할인 행사 외 뚜렷한 현금 확보 전략에 대해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MBK가 선제적 기업회생에 나선 터라, 경영 지속 의지가 없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김병주 MBK 회장은 사재 출연과 경영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기관투자자(LP)들에 보낸 서한에서 “홈플러스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사재 출연 등 ‘사회적 책임’(societal responsibility)을 다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며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가치 회수를 위해 홈플러스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온ㆍ오프라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매출 증가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금감원에서 실시하는 조사와 검사에도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