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의대생 몫이 된 '의대 정상화'

입력 2025-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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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기자)
(정유정 기자)

한국 사회에서 ‘의대생’은 단순한 신분이 아니다. 초엘리트의 상징이자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힘이 된다. 입시의 정점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해진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모 의대생 사건이 그랬다. 가해자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의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엘리트가 왜 그랬을까”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4년 전 사고사로 숨진 의대생 사건도 비슷했다. 한강에서 친구와 함께 있다 실종된 의대생 손모 씨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전한 귀가를 바란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숨진 채 발견된 이후에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에는 ‘한강 의대생 사건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한진사)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이들은 경찰이 해당 사건을 단순 사고로 종결하려 하자 담당 경찰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실종 사건과는 분명 사회적 분위기가 달랐다.

최근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이어진 갈등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들은 ‘동맹 휴학’으로 학교를 떠났다. 정부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도 가능케 했다. 개강을 한 달 이상 미루고 수업 거부 의대생들에 대한 유급, 제적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학사 유연화’ 조치를 통해 의대생들을 보호했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 타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수업에 나오지 않고도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의대생이라서 누린 특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의대생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만든 건 이들에 대한 ‘특혜’가 아닌 정부의 ‘원칙’ 준수였다. 정부는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0명 증원’ 계획을 밝히면서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학칙에 따라 제적 등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생들은 제적 처리된 2명과 군 휴학자 등을 제외하고 전원이 등록·복귀했다. 의정 갈등 1년여 만이다.

의대생들이 등록은 했지만, 실제로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부 의대생들은 ‘등록 후 투쟁’ 방침을 세우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개 의대 재학생 6571명 중 수업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 예정인 학생은 254명(3.87%)에 그쳤다.

정부는 단순 등록이 아닌 실제 수업에 참여하는 것까지를 ‘복귀’로 보겠다는 방침이다. 의정 갈등의 끝을 정부나 의대생의 승패로 볼 문제는 아니다. 그 사이 붕괴된 의료체계의 복원에 의대생도 이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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