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직접적 영향 제한적이나 전방 수요 둔화로 업항 악화 장기화 우려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배터리ㆍ석유화학 업계도 트럼프발 관세 쇼크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출 경쟁력 하락은 물론, 글로벌 수요 위축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3일 배터리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간밤 발표한 상호 관세에 따른 파급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다.
주요 배터리사는 현지 생산ㆍ현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에 생산 공장을 건설했거나 건설 중이지만, 당장은 관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2107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배터리(84.6%) 업종이 미국 관세 직·간접 영향권에 가장 많이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발 관세 폭풍이 특정 품목이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배터리 기업들의 주요 고객사는 완성차 업체들이다. 완성차 업체는 미국 외 여러 국가에 생산 거점이 있다. 관세 대상국에서 생산량이 위축될 경우 배터리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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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회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제너럴모터스(GM)의 주요 인기 전기차 모델들은 대부분 멕시코에서 생산 중이라 관세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관세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할 예정”이라면서도 “미국에 총 7개의 공장을 운영, 건설하는 등 ‘현지 생산 체계’를 빨리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고 중장기적으로 경쟁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선 한국(26%)보다 높은 3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 기업들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해외우려기업(FEOC) 규정에 따라 현지 생산 체계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불확실성이 크고, 소재업체들이 진출한 캐나다나 핵심 광물 등에 대한 관세 정책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물량이 많지 않아 관세의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문제는 전방 산업, 나아가 글로벌 경기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로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전 등 산업 위축이 우려되고, 향후 국가 간 관세 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글로벌 경기가 위축돼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