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혼 중심 가족제도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비영리 민간 인구정책 전문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은 3일 ‘비혼 출산의 사회적 수용성과 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제1차 ‘인구 2.1 세미나’를 개최했다.
‘비혼 출산의 법·제도적 현황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한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생연구본부장의 발제문에 따르면, 비혼 출산 자녀의 법적 지위는 ‘혼인외의 출생자’다. 특히 미혼부는 미혼모와 달리 ‘모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만’ 가정법원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상 해당 규정에 대해선 2023년 헌법불합치 결정 내려졌으나,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 밖에 배우자 출산휴가는 법률혼 및 사실혼(인정) 배우자에게만 해당하며, 가족돌봄휴직 등도 비혼 동거 당사자는 사용할 수 없다.
송 본부장은 “다양한 삶의 선택이 존중되고, 다양한 가족 배경의 아동이 차별 없이 자라날 수 있도록 정책·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통계 구축, 차별요소 발굴·정비, 비혼 동거관계 보호·등록을 위한 기반 마련, 한부모가족 지원정책 강화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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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희 한미연 전략커뮤니케이션팀장은 ‘비혼 임신·출산·양육 공론화를 위한 쟁점’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비혼 출산을 ‘법적 혼인관계를 자의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자녀를 출산하는 형태’로 정의했다. 발제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지는 것에 대해 아직 반대가 높으나, 동거에 대해 수용적인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또한, 부부보다 지원이나 혜택은 작아야 하지만, 자녀에 대한 지원과 혜택은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손 팀장은 정책 방향으로 한계 파악, 포괄적 개혁 추진, 미래 설계 중심, 문화 감수성 반영을 제시했다. 그는 “다양한 삶의 형태로서 다양한 출산을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김경석 한국공학대학교 석좌교수를 좌장으로 김상희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 연구위원, 강은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성가족정책팀장, 박수경 결혼정보회사 듀오 대표, 김지환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아빠의 품’ 대표의 토론이 진행됐다.
이 중 박수경 대표는 “비혼 출산이라는 개인의 선택은 존중해야 하나 ‘이를 차별화해 사회적 수용성 제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혼 출산 장려가 출산을 늘릴지도 의문을 제기했다. 비혼 출산 장려가 결혼은 페널티라는 인식 강화로 이어질 수 있고, 2023년 기준으로 혼외 신생아(1만900명)의 10배가 넘는 난임 환자(25만1173명)가 존재하고, 서구권 국가와 정서적 괴리감이 있단 이유에서다. 그는 “‘출산이 더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이 되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