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전일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SK스페셜티의 선순위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 하향검토’에서 ‘A,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26일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오른 지 약 3개월만의 조치다. 부정적 하향검토는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SK스페셜티는 국내 전자산업용 특수가스 1위 업체다. 한신평은 사모펀드(PEF) 인수 특성상 지원 결정 변동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수요부진, 공급 과잉 심화 등에 따른 영업현금 창출력 감소가 신속한 등급 하향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SK스페셜티의 연결 매출은 소폭 성장하고도 원재료 가격 상승, 인건비와 전력비 증가 등으로 인해 수익성 저하 추세를 지속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도 국내 가스화학 기업의 실적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셰일오일 시추를 늘려 에너지 가격을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해왔다. 앞서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 신용등급 상하향배율(신용등급 하향 기업 수 대비 상향 기업 수의 비율)이 2022년부터 3년 연속 내림세를 기록해 지난해 바닥을 기록한 뒤 올해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신용평가 3사의 평균 상하향배율은 0.45배를 기록했다.
이번 관세 조치로 국내 수출 산업이 최악의 타격을 입으면 상하향배율은 0%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평가 3사가 이날 기준 ‘부정적 검토’ 중인 기업은 고려아연(AA+), 롯데렌탈(AA-), 롯데오토리스(AA-), 현대엔지니어링(AA-) 등이다. 70곳 넘는 기업이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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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롯데케미칼(AA), 한화솔루션(AA-), 여천NCC(A-), 에이치디현대케미칼(A), SKC(A+) 등 석유화학 업종에서 ‘부정적’ 전망이 많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온시스템(AA-)도 관세 영향권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에서 ‘부정적’ 등급을 받아들었다. 오는 6월 정기평가에서 등급 하향 결정의 기로에 놓인 상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은 지난달 '한국 : 무역 부담에 직면한 수출 중심 경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관세 및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많이 늘어남에 따라 대미 수출 상위 품목에 이름을 올린 자동차, 산업기계, 반도체 제조업체가 높은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