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리치·대책 회의도 '無쓸모'…日·EU보다 높은 美 관세에 수출 '비상'

입력 2025-04-03 16:2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답정너' 트럼프…"기계적 계산 관세 부과로 어떤 대응 했어도 같은 결과였을 것"
글로벌 통상전쟁 전면전…정부, 유감 표명하면서도 방미 계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에 매긴 관세율이다. 우리 통상당국자들이 돌아가며 미국을 찾아 관세율을 낮추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20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폭탄을 맞았다. 특히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보복조치를 예고하며 글로벌 통상 전쟁이 시작된 만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를 보면 한국에 대한 관세율은 25%에 달한다.

유럽연합(20%)이나 일본(24%) 보다도 높고, 미국이 FTA를 체결한 20개국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이후 통상당국 수장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통상교섭본부장, 통상차관보 등이 연달아 미국을 찾아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암울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에 대해 곽주영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달까지도 산업부 장관이 미국에 가서 관세에 대해 오해가 없다고 했는데 현재 모든 나라가 계산 방식이 이상하다"라며 "이건 미국이 '답정너'를 하고 끼워 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미 관세 부과를 결정해둔 상태였으며, 우리가 어떤 노력을 했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을 찾아 한미 관계를 설명하고 경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한테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라며 "미국은 관세율을 완전히 기계적으로 계산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얘기를 했더라도 똑같은 숫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계산은 정교하지 않고 사실상 해당 국가와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액을 해당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으로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렇게 계산한 비율의 절반을 각 국가에 상호관세로 부과했다.

그간 미 행정부는 다른 나라가 미국에 적용하는 관세와 각종 규제와 세제 등 미국 기업의 수출을 방해하는 모든 무역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관세율로 수치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가 미국에 하는 만큼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니 상호주의에 부합하고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숫자를 기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철강 관세에 이어 이날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까지 결정되자 전문가들은 "통상 악몽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글로벌 최대 시장이자 한국의 2위 교역국인 미국에서 한국산 제품 가격이 26% 인상되면서 현지 경쟁 기업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약화가 불 보듯 뻔하고, 미국 시장의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24%)과 유럽연합(20%) 등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은 이들 국가 업체들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한 중국과 EU, 아세안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대응을 예고, 글로벌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면 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합동 미국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면 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합동 미국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대미 협상을 추진하는 한편, 긴급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열린 '민관 합동 미 관세 조치 대책 회의'에서 "글로벌 통상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측의 관세 조치 현실화에 유감"이라며 "정부는 미국 관세 조치가 우리 대미 수출과 전 세계 교역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엄중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는 업종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선 관세·후 협상'이 미국의 전략이라면서 추후 관세 조정 여지를 남겨뒀기에 이제부터라도 현명하고 전략적인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 교수는 "현대차가 미국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약속, 트럼프와 우호적인 그림을 만들었지만 결국 자동차 관세가 발효됐고 현대차도 이를 맞았으며, 일본 총리도 트럼프 취임 때 트럼프의 입맛에 맞는 프로젝트를 얘기했지만 또 같이 관세를 부과받았다"라며 "이제부터는 딜을 하더라도 조금씩 조건부로 진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꺼번에 모든 걸 다 주면 우리가 다음 협상에 쓸 카드가 없어진다"라며 "'자동차 관세를 내리면 우리가 어떤 투자를 하겠다' 라든지, '반도체 보조금을 주면 또 우리는 공장을 짓겠다'와 같은 단계별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세부과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그리 길게 가지 못할 것을 예상해 이를 염두에 두고 현명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곽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정면으로 얻어맞고 정권을 지킨 정부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없었다"라며 "관세 부과를 끌면 끌수록 미국 내 가계 부채와 기업 경영이 상당히 고통스럽기 때문에 미 행정부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 그리 오래 끌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정부가 노력을 많이 했음에도 결과가 예상보다 안 좋게 나왔지만, 미국이 '일단 던져놓고 개별적으로 협상하자'라는 입장으로, 관세 인하 또는 예외 협상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경제사령탑 부재에 韓경제 적신호...'0%대 성장률' 현실화하나
  • 폐업자·영세사업자 재기 지원…은행권, 금융안전망 구축
  • 캐즘 늪 빠진 K배터리, 허리띠 졸라매고 신시장 공략
  • 메모리 시장에서 밀린 삼성전자…반전 노릴 '킥'은 [ET의 칩스토리]
  • 턴제 RPG와 액션 RPG의 조합, ‘클레르 옵스퀴르:33원정대’ [딥인더게임]
  • 4월 아파트 거래 어디로 쏠렸나?…토허제 풍선효과에 양천·마포 ‘집중’
  • 5월 연휴 끝나면 美 FOMC…고용·기대 인플레 변화 핵심
  • 돈 없는데 어린이날에 어버이날까지…예상 지출 금액은 '39만 원' [데이터클립]

댓글

0 / 300
  • 이투데이 정치대학 유튜브 채널
  • 이투데이TV 유튜브 채널
  • 이투데이 컬피 유튜브 채널
  • 오늘의 상승종목

  • 05.0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233,000
    • -2.18%
    • 이더리움
    • 2,584,000
    • -1.52%
    • 비트코인 캐시
    • 503,000
    • -1.47%
    • 리플
    • 3,048
    • -2.43%
    • 솔라나
    • 208,200
    • -0.81%
    • 에이다
    • 945
    • -3.96%
    • 이오스
    • 1,017
    • +3.46%
    • 트론
    • 353
    • -1.12%
    • 스텔라루멘
    • 371
    • -3.39%
    • 비트코인에스브이
    • 53,050
    • +1.05%
    • 체인링크
    • 19,390
    • -3.82%
    • 샌드박스
    • 392
    • -1.2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