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증시, 8개월래 최저
안전 자산 선호에 금·엔화 ↑
코스피ㆍ원화 환율은 비교적 선방
“美 주식시장 10% 더 내릴 수도”
미국 관세율이 1910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따라 미국의 관세율이 지난해 평균 2.5%에서 22%로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올루 소놀라 피치 미국 경제 연구 책임자는 “이 관세율은 1910년에 마지막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화로, 많은 국가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 전쟁 포문을 열면서 시장의 공포를 촉발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상승으로 정규 거래를 마쳤지만, 상호관세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나스닥지수 선물은 5% 가까이 폭락했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기업 주가도 장외거래에서 크게 부진했다.
3일 아시아증시도 하락세를 나타냈는데 일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장 초반 4% 이상 급락했으며 2.8% 빠진 3만4735.93으로 마감하면서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증시도 2% 가까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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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향에 민감한 상품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2%대 급락세를 나타냈고 구리 가격도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자금 이동을 서두르면서 금, 엔화, 국채 등은 강세를 보였다. 싱가포르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167.84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최대 1.6% 하락한 146.91엔으로 엔화 가치가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16포인트(0.76%) 하락한 2486.7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이날 68.43p(2.73%) 급락한 2437.43으로 개장하며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키우다 낙폭을 점차 축소했다.
지수 방어를 주도한 주체는 개인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795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위험 회피 심리를 강하게 드러내는 상황에서 개인은 8002억 원어치를 담았다. 증시 약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긴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도 456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이런 흐름에 일정 부분 가세했다.
특히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상호관세에는 의약품,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국자 브리핑에서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19만닉스’를 내줬다가 1.92% 떨어진 19만41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2.04%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1.36포인트(0.20%) 밀린 683.49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외국인(-652억 원) 매도세 속 장 초반 2.06% 하락한 670.75까지 하락했다가 개인(643억 원)과 기관(28억 원)의 매수로 하방을 지켰다.
환율 역시 등락을 거듭하다 강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오른 1467.0원을 기록했다. 개장 직후 1471.0원에 도달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2.5원까지 올랐다가 1464.3원까지 밀리는 등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다 원화 가치를 떨어뜨린 채 오후 장을 정리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발표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키운 결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관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복잡해 무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 여부, 미국 기업이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전가하느냐 등에 따라 달라진다. 수입 비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하면 경제가 나빠져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남는다.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JP모건자산운용 매니저는 “이는 위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가 자세히 설명한 것은 전반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이었다”며 “그리고 불확실성은 끝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마르코 파픽 BCA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 주식시장이 최종적으로 10%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