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 최대 타격…트럼프 “예상했던 것”
유럽ㆍ아시아 증시도 급락…베트남 7%↓
글로벌 증시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일 상호관세 발표에 따른 충격에 일제히 급락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금융정보업체 퀵(QUICK)·팩트셋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ㆍ유럽ㆍ일본 증시에서 이날 하루 동안 3조5000억 달러(약 5000조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5년 내 최대 감소폭이다.
당시에는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에 시장이 위축됐지만 이번에는 인위적인 경제 충격이 증시를 끌어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전 세계 교역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 및 발효했다. 이에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시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전 세계 증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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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증시의 충격이 가장 두드러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79.39포인트(3.98%) 내린 4만545.93에 마무리했다. S&P500지수는 274.45포인트(4.84%) 하락한 5396.5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50.44포인트(5.97%) 떨어진 1만6550.61에 마감했다. S&P500와 다우는 2020년 6월 이후, 나스닥은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비율로 미끄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증시에서 이날 약 3조1000억 달러(약 4500조 원) 규모의 시총이 증발했다고 추산했다.
유럽증시도 충격파를 피하지 못했다. 유럽 주요 600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80포인트(2.57%) 내린 523.12에 마감했다. 유럽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 파리증시 CAC40지수(-3.31%),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30지수(-3.01%), 스위스 SMI 지수(-2.34%), 영국 런던증시 FTSE100지수(-1.55%) 등이 모두 하락했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보다 989.94포인트(2.77%) 하락한 3만4735.93엔에 종료했다.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만5000엔 선 아래로 내려갔다.
베트남 호찌민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VN지수는 6.68% 급락으로 마감해 2001년 9월 이후 일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백악관에서 발표된 베트남의 상호관세율은 46%로 중국을 제외한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중 가장 높았다.
이 밖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4%), 홍콩 항셍지수(-1.52%), 코스피(-0.76%) 등도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대만 증시는 3일 청명절로 휴장했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 시정을 의도하며 벌인 이번 조치는 오히려 자국과 동맹국의 경제에 타격을 주며 세계 경기침체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무역 전쟁에 시장 참여자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조사기관 BMI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기침체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다”면서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이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0~2.5%에 해당하는 세금 부담 효과를 가져와 미국과 전 세계 경제 수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 발표 여파로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한 데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예상됐던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결국 다시 뜨고 미국은 번영할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