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를 비롯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M&A는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하는 수단 중 하나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개발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올해도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금리 인하 등을 이유로 M&A가 계속될 전망이다.
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4년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 글로벌 M&A가 22건이며, 총 금액은 456억 달러(약 65조 원)다. 10억 달러 이상 M&A의 평균 금액은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도입을 위해 M&A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들지만, M&A를 통해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된 파이프라인을 획득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20개 글로벌 빅파마를 대상으로 2024년 기준 신약 개발 비용을 조사한 결과 1개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22억3000만 달러(약 3조2000억 원)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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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빅딜로 평가하는 기준인 10억 달러보다 직접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더 비싸다. 여기에 시간도 더 소요돼 기업은 M&A를 통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이득이다.
새로운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거나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 신성장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기업들이 최근 주목받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이나 항체약물접합체(ADC),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새로운 모달리티(치료접근법)를 확보하기 위해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하면 시장진입이 늦는다. 그러나 M&A를 통해 신속하게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빅파마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가 다가오며 공백을 메꾸기 위한 M&A도 많다. 특허가 만료되면 복제약의 등장으로 오리지널 제품의 매출이 급감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했지만, 특허 만료 후 바이오시밀러가 본격 등장한 2023년부터 시장 점유율과 매출 모두 급락했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M&A로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 수익원(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도 M&A 시장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거래 환경이 개선되는 등 M&A와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트럼프 2기 행정부도 M&A에 우호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상위 25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약 1800조 원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활발한 거래를 촉진할 수 있고, 특허 만료에 따른 파이프라인의 공백,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의 관점 변화 가능성도 M&A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도 M&A 규모가 지난해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저평가 기업을 발굴해 인수를 추진하거나, 빅파마에 회사를 매각해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M&A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