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선 K-반도체 [공급망 전쟁의 서막②]

입력 2025-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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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4-07 17:1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반도체 25% 관세 부과 시
국내 기업 매출 4.3% 감소
美,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 야욕
TSMC, 美에 대규모 추가 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에서 외쳤던 ‘너는 해고야(You are fired)’가 현실이 됐다. 확성기로 경고만 날리던 ‘관세 부과’가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제 ‘발사(fire)’된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놓고 ‘뒤집힌(inverted) 세계’라고 표현했다. 뒤집힌 세계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갈등,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한국기업들은 관세발(發) 공급망 전쟁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렸다. 공급망은 인증과 같은 절차적인 부분을 새롭게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재편이 쉽지 않다. 생산라인 구축 등에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집행된다. 본지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기업들의 공급망 현주소를 분석하고, 현실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반도체 칩이 인쇄회로기판 위에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칩이 인쇄회로기판 위에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통상 압박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며 ‘관세’와 ‘규제’라는 무기를 들이밀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정면 돌파에 나섰다. 미·중 패권 경쟁과 트럼프발 무역전쟁 회오리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7일 관련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미국 상호관세 부과 시 대상에서 제외돼 안도했던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에도 조만간 관세 부과가 시작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초긴장 상태다. 철강·자동차처럼 두 자릿수 관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업종인 메모리 사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메모리는 가격 변동성이 높은 양산형 제품이라는 특성상 관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반도체 기업 매출은 4.3% 줄어들 것”이라며 “가격 상승에 따른 IT 소비 둔화와 반도체 주문 축소 영향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 만큼 관세가 한국 반도체 기업 실적에 미칠 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표면적으로 대미 반도체 직접 수출 비중은 7.5%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생산망을 통해 미국 IT 기업에 공급되는 간접 수출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영향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주로 모바일과 PC에 들어가는 IT디바이스용과 서버에 들어가는 고부가 제품으로 나뉜다. 이 중 IT디바이스용 메모리는 범용제품 비중이 높아 가격 민감도가 높다. 생산기지 역시 대부분 중국, 베트남, 대만 등 미국의 관세 타깃 국가에 집중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미국의 관세 압박은 단순한 보호 무역을 넘어 반도체 생산 거점을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짙다.

이미 첨단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이 자국 내 메모리 팹 구축을 추진하고, TSMC가 미국에 165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추가 투자를 발표한 게 주요 사례다. 또 인텔과 TSMC 양사 경영진이 최근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을 운영할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인프라 투자의 무게중심이 국내에 치우쳐 있어, 향후 글로벌 공급망 통합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인프라 투자의 무게중심이 더욱 국내를 향하고 있어 향후 자사 제품이 고객사와 최적화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우위 확보에 대한 압박 역시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도 기술 우위로 격차를 유지하거나 메모리 생산 공장 설립 등 추가적인 대미 투자를 통해 입지를 방어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다만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결정하고 장소를 정하고 협의하는 등에만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공장이 건설되면 이미 트럼프 정권이 끝났을 수 있고, 메모리 생산 공장을 짓기에는 인건비와 환율 등 걸림돌도 많다”고 토로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장기간에 걸쳐 미국 외 지역, 특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구축돼 왔으며 미국 내 생산은 경제성 측면에서 기업들에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며 “기업은 관세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거나 이익 축소를 감내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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