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협상가·프로젝트 관리자 등 중책 맡아
기업보다 노동자·가계에 집중하는 성향
대통령되면 트럼프보다 더 미국 우선할 수도
고등학교 졸업 후 해병대에서 복무한 밴스 부통령은 아이비리그 출신 변호사로, 6년간 벤처캐피털 회사 3곳에서 근무하고 의회에 입성했다. 정치 경력은 부통령으로 임명되기 전 상원에서 보낸 2년이 전부라 할 수 있다. 이런 탓에 트럼프 대통령의 부통령 지명은 당시 모험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그는 대변인이자 협상가, 프로젝트 관리자, 인재 스카우트 등 크게 네 가지 중책을 맡고 있다. 정부 정책을 설명하거나 외부 비판을 반박하는가 하면 외교적 문제에서도 전면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백악관서 정상회담 당시 파문을 일으켜 한때 미국의 지원 중단을 유도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설전이다.
또 세계화와 저렴한 노동력을 헐뜯으며 자국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 있어 유럽을 여러 차례 질책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소셜미디어(SNS) 싸움꾼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특파원 등 기자들과 설전하는가 하면 기독교와 성경 가르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로리 스튜어트 전 영국 국제개발부 장관의 IQ를 지적하는 일도 있었다.
일련의 행동은 부통령이 되기 전 밴스를 알고 있던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그는 부통령이 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던 인물 중 하나였다. 정계에서 명성을 얻기 전에는 ‘리포미콘’을 지향하는 보수 지식인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리포미콘은 공화당을 친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유권자에게 더 직접 도움을 주는 방식을 모색하던 개혁적인 부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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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0년간 밴스 부통령과 친분을 쌓아온 마이클 스트레인 미국기업연구소(AEI) 경제정책연구실장은 “많은 사람은 이 모든 게 기회주의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밴스가 ‘미국의 모든 공공정책이 미국 노동계층과 가정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밴스는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 입장을 바꿨지만, 언제나 ‘이게 노동자와 가정에 좋은 일인가’라는 물음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밴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미국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밴스 부통령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다. 3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에서 밴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 관계를 바꿔 출마하는 방법’에 관한 물음에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더 높은 ‘순 부정적 호감’ 상태”라며 “그러나 만약 그가 행정부 안에서 대선 캠페인을 시작한다면 2028년 공화당 경선에서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