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이 '반도체 특별법' 처리를 재차 시도했지만 최종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체 마련한 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리더라도 처리까진 최소 6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8일 소위를 열고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긴 반도체 특별법을 심사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주52시간 적용 제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이날 회의에서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반도체법 내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넣지 않고 일단 통과시킨 후, 추후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선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서만이라도 근로시간 제한을 푸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양당 합의가 장기간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민주당은 반도체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산자위 야당 측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내일(9일) 정책조정위원회가 열리면 지도부에 패스트트랙 지정을 공식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국회법은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에 대해 상임위가 180일 이내 심사를 마치면 법제사법위원회가 90일 이내에 체계·자구 심사를 마쳐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하고 있다. 본회의 부의 뒤엔 60일 이내에 자동 상정된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산자위 처리는 사정이 다르다. 이 위원장 직권으로 특별법을 법사위로 넘기지 않으면 법안은 산자위에서 최대 6개월까지 계류될 수 있다.
민주당이 당장 반도체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더라도 국민의힘과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올해 10월 중순에나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특별법 일부 조항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비용 지원'과 관련해 정부가 '전부 또는 일부 지원'하도록 앞서 양당이 합의한 바 있는데, 민주당 측에서 최근 이를 '전부 지원'으로 강화해야 한단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패스트트랙 지정 시 이 같은 내용이 수정 반영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김 의원은 "국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해 특별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법안인 만큼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 시설 비용을 국가 및 지자체가) 전부 지원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