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부실채권(NPL)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분석된다. 특히 기업여신 부문이 전체 부실채권의 80%를 차지해 구조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정KPMG가 10일 발간한 ‘부실채권(NPL)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NPL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조5000억 원(신용카드 부문 제외)이다. 2022년 말(10조1000억 원)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같은 기간 기업여신 부실채권은 11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9조 원)보다 약 30% 급증했다. 가계여신도 2조3000억 원에서 2조6000억 원으로 13%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0.44%로, 연말 연체채권 정리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0.45%)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전년 동기(0.38%) 대비로는 0.06%포인트(p) 상승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은 0.67%로 가장 높았으며, 특수은행도 0.61%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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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국내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2023년부터 적극적인 부실채권 매각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 매각 규모는 총 8조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비은행금융기관은 은행보다 더 빠르게 건전성이 악화 중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2.18%로, 주택담보대출(1.1%)보다 기타대출(2.73%)이 높은 수준을 보이며 연체율 상승을 견인했다. 기업대출 연체율(6.4%)은 전년 동기(4.23%) 대비 2.17%p 상승했다.
NPL 매각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19년 이후 전체 시장 내 NPL 전문사 비중이 90%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지난해 기준 전체 NPL 투자 건수 대비 98.7%, 규모 대비 99.8%를 NPL 전문사가 매입하고 있다. 평균 매입률은 2023년 초반 90%를 상회했으나, 지난해 4분기 76.6%로 하락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는 올해 NPL 시장이 글로벌 경기 회복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는 내수 및 수출 둔화,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NPL 공급은 비은행권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환 삼정KPMG 전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갈등 심화가 글로벌 경기 둔화를 야기하며 국내 기업과 비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NPL 시장은 올해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 동향,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변수에 대응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