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자금도 연말 고갈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정부의 경기 부양 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 세입의 3분의 1은 석유·가스 수출에서 나오는 데 국제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무엇보다 세수가 급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인 우랄산 원유 평균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예상치 못한 증산 결정으로 인해 최근 배럴당 약 50달러로 거의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우랄산 유가를 배럴당 평균 69.70달러로 예상해 올해 예산을 짰다.
러시아 T-인베스트먼트의 소피야 도네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러시아는 올해 약 1조 루블(약 17조 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며 “이는 정부 세수의 2.5%를 잃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인 엘비라 나비울리나도 8일 “무역 전쟁이 계속되면 이는 일반적으로 세계 경제 둔화로 이어지고, 우리의 에너지 수출 수요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올해 공식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0~2.5%다. 이는 지난 2년간 연평균 약 4%에서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예기치 않은 유가 하락 변수마저 더해지게 됐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연구소의 벤저민 힐겐스톡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올 연말에 국부펀드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비전쟁 지출 삭감이라는 고통스러운 수단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FT는 “러시아 경제는 이미 최대 가동 상태”라며 “정부가 에너지 이외 부문에서 성장률을 보전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약 3400억 달러 규모의 중앙은행 외환보유고는 서방 제재로 인해 동결돼 있어 대응 여력도 제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