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3 백화점, 1분기 식당가 매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
백화점업계가 앞다퉈 식음료(F&B) 매장 확대에 힘쓰는 가운데 미쉐린 셰프와의 협업 등 ‘고급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미식 경험을 통해 VIP 고객을 적극 유인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최근 잇달아 미쉐린 식당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는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명품관 식품관 ‘고메이494’를 재단장하며 미쉐린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을 대거 도입했다.
국내 유일 미쉐린 3스타 식당인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송하슬람 셰프가 협업한 한식당 ‘마마리누들바’가 대표적이다. 미쉐린 1스타 출신 김일판 셰프와 손잡은 수제함박 식당 ‘일판 함박’, 2년 연속 미쉐린 빕 구르망(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선정된 조원현 셰프의 ‘담택’ 등도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미쉐린 빕 구르망에 선정된 ‘광화문 국밥’과 6년 연속 블루리본 서베이를 획득한 ‘서관면옥’을 본점 신관에서 운영 중이다. 미쉐린 식당은 아니지만 유명 맛집 ‘김수사(본점·강남점)’와 ‘윤해운대갈비(강남점)’도 백화점업계 최초로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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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2023년부터 에비뉴엘 잠실점에 미쉐린 선정 레스토랑을 잇달아 유치하며 F&B 경쟁력을 강화 중이다. 특히 10일 소공동 본점에 모로코 헤리티지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 국내 2호점을 열었다. 작년 8월 문을 연 ‘바샤커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매장이자, 백화점 첫 매장이다. 이달 중순에는 본점에 미쉐린 빕 구르망 선정 일식우동점 ‘현우동’도 단독 입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도 미쉐린 식당을 도입하는 동시에 압구정본점 식품관에 ‘글라스 와인 바’도 열었다. 레스토랑에서 마시면 한 병당 수백만 원이 넘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 ‘샤토 라투르’ 등 최상급 와인을 한 잔 단위로 주문할 수 있어 일단 와인 바와 차별화를 꾀했다.
백화점업계가 앞다퉈 F&B의 고급화와 차별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미식 콘텐츠가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최고 경쟁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빠른 배송과 저가로 무장한 패션과 생활용품, 화장품 등의 수요을 이커머스에 빼앗겼지만 F&B만큼은 백화점의 매출 효자 상품이다.
롯데백화점은 올 1분기 식당가·다이닝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식당가 매출이 13%가량 늘었다. 지난해 6월 강남점에 미식 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열며 프리미엄 F&B를 강화한 신세계백화점도 1월부터 3월 초까지 식당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1% 증가했다.
불경기일수록 VIP의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백화점업계가 미쉐린 등 프리미엄 식당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백화점업체들의 VIP 매출 비중은 45% 안팎에 달한다. 특히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톱3 백화점의 VIP 의존도는 최근 5년 새 5~10%포인트(p) 증가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커피와 디저트 매장도 확대하며 올해 고급 식당ㆍ매장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