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 1주년을 맞아 노선 주변 부동산시장도 덩달아 달리고 있다. 하지만 B노선과 C노선은 본격적인 공사 시작도 알리지 못하면서 해당 노선 일대 부동산시장은 기대감에 부풀었다가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TX B노선 민간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민간투자사업 구간에 대한 착공보고서를 3월 31일 국토부에 제출했다. B노선은 민자와 재정구간으로 나뉜다. 재정구간은 공사를 시작했지만, 민자구간은 자본 조달에 난항을 겪다 우여곡절 끝에 착공 계획을 잡은 것이다.
B노선은 인천대입구역부터 마석역까지 14개 역을 거쳐 총 82.8㎞를 운행하는 노선으로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이에 인천 송도와 부평구 일대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직접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다음 달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기존 공사 기간(6년·72개월)보다 지연돼 2030년 완공은 힘든 상황이다.
C노선은 B노선보다 진행이 더디다. 모든 구간이 민자 구간이라 공사비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착공 계획조차 못 잡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8년 완공돼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계획 시점을 맞추긴 불가능한 상황이다. C노선은 경기 양주시 덕정역부터 서울 청량리, 삼성역 등을 지나 경기 수원역까지 86.46km를 연결한다. 이에 경기 양주와 의정부 등 경기 북부와 인덕원 일대 등 경기 서남부권이 주요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관련 뉴스
착공 지연 등으로 주변 수혜지 아파트값도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글로벌캠퍼스푸르지오’ 전용 115㎡는 8일 8억7500만 원에 팔렸다. 올해 초 실거래가보다는 상승했지만, 지난해 8월 같은 평형이 1억 원 비싼 9억7500만 원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상승세는 미미하다. 또 C노선 수혜지로 분류되는 경기 의왕시 ‘인덕원센트럴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6일 9억6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 실거래가인 9억6000만 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값 정체가 지속 중이다.
전문가들은 GTX B와 C노선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착공 지연으로 실제 개통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완공 전까지 집값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B노선과 C노선 가운데 특히 C노선은 아직 착공도 못 하는 상황이다. 완공 후 서울 강남을 거쳐 경기 수원까지 실제로 움직여야만 노선 주변 집값에 영향을 주겠지만, 계획상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며 “발표 당시에 GTX 개발 효과가 주변에 선반영됐지만, 한꺼번에 1억~2억씩 오를 순 없는 구조다. 착공부터 준공 때까지 점진적으로 반영되므로 B와 C노선 완공 전까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최근 집값이 서울을 제외하면 조정 장세에 돌입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B노선 수혜지로 꼽히는 송도 등은 집값이 많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GTX 수혜지역 집값이 반등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착공에 돌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이어서 “앞서 A노선이 착공과 완공 이후 B·C노선 주변 집값과 가격 차이가 확대됐듯이 B노선만 공사를 진행하고 C노선은 계획 단계에 머무르면 두 노선 인근 집값도 향후 가격 반등 때 상승 폭이나 최고 집값 등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