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집값 급등기 당시 비(非)아파트 시장까지 온기가 확산하면서 피해자가 줄어드는 듯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까지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 역시 전세사기 불씨가 꺼지지 않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2년 더 연장하기로 하는 등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2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3월 기준 전국에서 강제경매로 매각돼 소유권이전 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은 110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936건에서 올해 1월 771건으로 줄어드는 듯 보였지만, 올해 2월 993건을 기록한 뒤 3월은 다시 1000건을 넘어서는 등 매각 건수가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강제경매에 따른 매각 건수가 집중됐다. 3월 서울의 강제경매에 따른 매각 신청 부동산은 414건으로 2월 290건 대비 42.8% 증가했다. 경기도 역시 262건에서 276건으로 5.3% 늘었다. 인천은 193건에서 8.3% 줄어든 177건을 기록했다.
아울러 앞으로 강제경매가 진행될 주택도 전국에서 늘고 있다.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부동산 규모는 전국 집합건물 기준으로 올해 1월 2936건에서 2월 3009건, 3월 3118건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국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 신청 부동산은 전국에서 1월 2698건이었고 2월에는 2105건, 3월 2782건 등으로 모두 올해 같은 기간 대비 작은 규모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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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경매는 채무자(집주인)가 전세 보증금을 포함한 채권액을 못 갚으면 채권자(세입자)가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이다. 법원은 경매 절차를 거쳐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다음 이를 채무 충당에 사용한다.
이렇듯 지난해 말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것은 결국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전셋값 내림세와 수요 감소에 따른 전세가율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연립전세가격지수’ 통계 분석 결과 올해 1~3월 전국 지수는 –0.107%로 하락했으며 서울은 0.022%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수도권 전체 전셋값은 –0.032%로 약보합세를 기록하는 등 아파트값과 달리 약세가 뚜렷하다.
또 전국 곳곳에서 깡통전세 기준선인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 80%’에 근접한 지역도 다수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시장 사이렌 통계에서 보면 수도권 빌라 전세가율은 인천의 경우 최근 3개월 기준으로 79.7%로 조사됐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종로구(76.6%)와 강서구(80.0%), 양천구(73.4%) 등이 빌라 전세가율 상위권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에선 충남 86.8%, 경북 85.4%, 전남 80.5%, 대구 75.6% 등으로 나타났는데 모두 최근 1년 평균 전세가율 대비 최근 3개월 기준 전세가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빌라 기피 현상이 확산하면서 전셋값은 계속 하락하고 아파트 수요가 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연장되더라도 전세사기 상황이 단기간 내 좋아지긴 어렵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전세 보증금 상한선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캡을 씌우는 등 제한이 시행되지 않는 한 전세사기 근절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