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SK하이닉스 1분기 관측
품몰별 관세 현실화땐 타격 클 듯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국내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큰 피해없이 선방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곧 발표될 1분기 실적 확정치에서 시장 예상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면서다. 하지만 조만간 예정된 ‘반도체 품목별 관세’가 시행되면 2분기부터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30일, SK하이닉스는 24일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8일 공개한 잠정 실적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놨다. 연결기준 매출은 79조 원, 영업이익은 6조6000억 원으로 증권가의 전망치(약 5조 원)를 크게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모바일경험(MX) 사업부문이 출시한 갤럭시S25의 흥행과 함께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D램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이슈로 세트 업체들이 부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D램 가격 상승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이구환신(노후 제품 교체)’ 정책도 정보기술(IT) 디바이스 수요를 끌어올리며 D램 출하량 증가에 영향을 줬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작았고, 출하량도 시장 전망 대비 양호했다”며 “DDR5 출하도 기대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짚었다.
이같은 흐름은 SK하이닉스도 이어진다.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실적 기여가 더욱 뚜렷해졌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1분기 D램 점유율 1위를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HBM 시장 지배력도 2025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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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반도체 품목별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2분기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큰 타격 없이 버티고 있지만 향후 관세가 실제로 적용된다면 흐름이 반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관세 충격에 휘청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AI 가속기 ‘H20’ 제품의 중국 수출에 대해 라이선스 승인이 필요하다는 통지를 받으며 수출 제약에 직면했다. 엔비디아는 1분기(2~4월) 실적에 H20 관련 재고 및 구매 약정 충당금으로 최대 55억 달러(약 7조8600억 원)의 손실이 반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발표 당일 주가는 6.3% 급락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도 관세 불확실성에 휘말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이슈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연간 매출이 가이던스(300~350억 유로) 하단에 머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관세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나 첨단 반도체 시설에 대한 투자를 보류할 수 있다. ASML 장비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ASML의 주가는 올해 들어 17%, 고점 대비로는 45% 하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