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희의소 회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산업포럼’ 발족식 기조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 시대가 향후 30년은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 모델, 방법론들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회 미래산업포럼은 국회미래연구원이 급변하는 국제질서 흐름 속에서 국내 산업지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조직한 포럼이다. 연구원의 요청으로 기조연설에 나선 최 회장은 한국경제가 성장률 둔화, 글로벌 질서 재편 등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한국이 성공을 해왔던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덕분이다. 하지만 더는 WTO 체제가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다”며 “과거와 같이 상품만 잘 만들면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이 변화하는 글로벌 질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7000억 달러로 중국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한국은 룰을 세팅하는(규칙을 만드는) 입장이 아니라 룰을 테이크하는(규칙을 따르는) 입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 중국이 경제를 주도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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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세 가지 방법론을 제안했다. 먼저 독자적 경제모델의 한계를 인정하고 구조적으로 유사한 국가와의 경제적 연대를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일본을 예로 들면서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를 공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 편중된 것도 비슷하다”며 “일본과 유럽연합(EU)처럼 경제공동체 형태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면 룰을 강요받지 않고 우리가 룰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두 번째 전략으로 내수 확대를 제시하면서 그 방법론으로 해외 고급두뇌 유치를 언급했다. 그는 “현재 들어오는 외국인은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다. 반면 한국의 고급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결국 두뇌 순유출국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10분의 1 정도의 인구는 해외에서 유입해야 한다”며 “해외 고급두뇌를 더 유치해서 미래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제시한 세 번째 전략은 ‘소프트머니’ 확대다. 그는 “상품 수출만 가지고는 먹고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전략적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지식재산권 수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구상을 뒷받침할 실행 방안으로 ‘메가 샌드박스’를 제안했다. 기업이 원하는 규제를 해당 지역에서만 풀고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메가 샌드박스 지역에서의 학업이 곧 일자리인 ‘스페셜 존’을 만들자는 것이다.
최 회장은 대구를 예로 들며 “대구 전역을 소프트웨어 테스트베드로 전환하고 시민이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피드백을 제공하면 전 세계 소프트웨어 기업이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는 K-푸드 산업도시, 울산은 제조 인공지능(AI) 중심지, 제주는 금융 특구로 각각 특화시키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최 회장은 민간 중심의 사회문제 해결 방식인 ‘사회성과 인센티브’도 제안했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해 보상하고, 성과를 측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는 “정부 복지 예산을 직접 집행하는 방식보다 시장 기반의 성과 보상 체계를 만들면 승수 효과가 크다”며 “사회문제 해결 역량이 있는 기업·단체에 자원이 몰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