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취임 언론인 간담회에서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신임 회장은 이같이 밝혔다. 전세 사기와 부동산 직거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 법정 단체 전환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김 회장은 “현재 협회는 전국 개업공인중개사 약 11만여 명 중 96%가 가입된 단일 협회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자율정화·감시기능이 제한적”이라며 “전문자격사의 책임을 다하려면, 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 단체처럼 공공성과 법적 권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 단체 전환 시 기대되는 효과로 △전세 사기·허위매물 등 불법 행위의 사전 감시 및 차단 △사고 발생 시 피해자 구제 및 대응 시스템 정비 △공인중개사 윤리 교육 및 자율 규제 체계화 △무자격자·불법 중개 행위 근절 및 중개 시장 질서 확립 △정부와의 정책 협력 체계 수립 및 실효성 있는 정책 집행 기반 마련 △민원 분쟁조정 기능 강화 등 소비자 보호 시스템 확립 등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저가 주택일수록 정보 비대칭과 법적 사각지대가 커 사기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협회에도 이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감시 및 대응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협회는 전국 19개 시·도회에 ‘전세 사기·불법 중개 피해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또한 협회 자체 시스템인 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 전자계약 교육 확대, 직거래 경고 캠페인, SNS·유튜브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공인중개업계의 시장 기반 자체가 약화되고 있는 현실도 우려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공인중개사 신규 등록은 매년 줄고 있으며 휴·폐업 건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2만6612건이던 신규 등록은 지난해 1만5475건으로 4년 만에 약 42% 감소했다. 반면 휴·폐업 건수는 2023년 2만3182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도 2만782건으로 2만 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중개업계는 고금리·시장 침체 속에서 생존 위기에 놓여 있다”며 “제도적 기반 없이 자율에만 맡겨서는 중개 질서도 국민 신뢰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제언도 발표했다. 핵심은 거래 활성화를 위한 세제·금융 완화 조치다. 구체적으로는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위한 양도세 완화 △거래비용 절감을 위한 취득세 인하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지방 중소형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주택 수 산정 제외 범위 확대 △‘임대차 2법’ 개편을 통한 시장 유연성 확보 등이 포함됐다.
한편 김 회장은 1951년 8월 생으로 전주대 경영학과와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공인중개사사무소 개업해 20년 이상 중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서울북부지부 마포구지회 분회장을 시작으로 제10대 대의원, 제11대와 12대 지회장, 제13대 서울시북부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