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무료스트리밍서비스, 인터넷TV(IPTV), 케이블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일한 콘텐츠가 소비되는 '멀티호밍'이 일상화되면서, 기존 콘텐츠 대가 체계에 대한 구조적 전환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국내 제도가 여전히 단일 플랫폼 중심의 규제 정책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타워빌딩에서 미디어 스터디를 개최했다. 이날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발제자로 참석했다.
한 대표는 "케이블TV 사업자는 승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익이나 지출이 왜곡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케이블TV 업계는 △콘텐츠 확보 비용 △재전송료 부담 △광고 수익 감소라는 삼중의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광고 사업자 또한 광고 노출 효율 저하로 광고 단가를 낮추는 추세다. 이로 인해 유료방송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이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멀티호밍 시대에 독점 계약이나 과도한 대가 요구는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케이블TV 사업자가 방송사와 콘텐츠 사에 내는 프로그램 사용료와 재전송료가 시청자 요금에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규제가 변화하고 있다"며 "경쟁이 격화되면 사업자들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고위 말하는 도매 시장의 영향력이 소매 시장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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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콘텐츠 대가 산정 체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콘텐츠의 중복 소비를 고려한 '인크리멘털 프라이싱(Incremental Pricing)' 구조가 활용되고 있다. 이는 일반 콘텐츠에는 기본 가격을 책정하되, 고화질 옵션이나 프리미엄 채널 등 추가 기능을 선택할 때마다 단계적으로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2023년 미국 디즈니와 차터 커뮤니케이션즈 간 협상 사례에서도 해당 원칙이 반영됐다.
한 대표는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청률, 광고 효과, 소비자 선호도 등을 분석해 요율을 자동 산정하고, 이를 정부나 제3자가 검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한 대표는 "기존에는 협상 실패 시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사태가 빈번했으나, AI 기반 시스템은 산정 근거가 투명해 분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멀티호밍 시대는 케이블 TV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멀티호밍 시청자일수록 케이블 TV 등 전통 미디어의 이용 빈도도 높아지는 보완적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뉴스, 지역 정보, 실시간 방송 등 케이블TV의 강점을 살리면서 소비자 중심의 요금 체계와 서비스 혁신을 이룬다면 멀티호밍 환경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