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주요 경기지표들이 하나 둘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세로 돌아서 현재 배럴당 70달러를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 증시 회복과 석유제품 수요 증가 소식이 이어지면서 자칫 지난해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유가 상승세는 지속되기 힘들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6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는 전일대비 0.79달러 상승한 배럴당 73.17달러에 거래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첫 거래일 당시 42.88달러였던 두바이유는 2월19일 배럴당 40.10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급격한 등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26일 배럴당 70.80달러로 올해 첫 70달러선을 돌파한 두바이유는 잠시 조정기간을 거친 후 다시 70달러선을 견고히 다지는 모습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는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감소로 미 달러환율이 약세로 돌아서 상승하고 있다"며 "미 증시의 상승과 맞물려 국제유가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유가 상승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했지만 이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시장분석실장은 "올해 3분기 국제유가는 대체적으로 배럴당 65달러 내외를 저점으로 해 70달러 초·중반선에서 급등락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73달러선인 만큼 고점까지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이는 기업의 호실적 등 좋은 뉴스만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국제유가가) 고점까지 올랐다가 다시빠지는 급등락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유가는 올해 초 예상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가 올해 초 예측한 국제유가는 연평균 배럴당 55달러, 하반기 60~65달러 수준이다.
반면 4분기 이후에는 다른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문배 실장은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이 반영돼 긍정적 전망들이 수치로 나오는 4분기 이후에는 국제유가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며 "평균 배럴당 65~73달러 수준이지만 고점까지 오를 경우 70달러 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연말에는 배럴당 85달러선, 내년 상반기에는 90달러 이상까지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김효진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소비가 개선되고 원유 및 석유제품 재고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면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4분기에는 계절적으로 난방유 소비가 늘어나면서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해외 전문가와 금융기관의 유가 전망치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모간 스탠리는 올해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5달러, 내년 8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원유 재고와 경제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3분기에는 침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퍼스트 에너지 캐피탈도 올해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5달러에서 58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배럴당 75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국제상품 가격이 본격적인 오름세로 들어서면 특히 유가가 다른 상품들보다 반등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린치 스트래티직에너지 앤드 이코노미 리서치회장도 "경제지표가 호전되며 상품시장이 상승국면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