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들이 부실채권 처리를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현재 1.5% 수준의 부실채권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연말까지 1% 수준으로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ㆍ외환ㆍ농협 등 7개 국내은행은 올해 말까지 9조원대 부실채권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이 6월 말 기준 평균 1.5% 수준인 부실채권 비율을 1.0%로 낮추는 데만 5조5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다. 하반기에 늘어날 부실채권 규모를 고려해 약 4조원을 더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부실채권 비율이 가장 높은 우리은행은 상반기에만 무려 1조5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하지만 6월 말 현재 부실채권 비율이 1.77%인 우리은행이 1%를 맞추기 위해선 추가로 1조3000억원을 정리해야 한다.
추가로 발생할 부실채권 규모까지 합하면 2조원대 부실처리가 불가피하다.
국민은행은 6월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이 1.34%로 하반기 부실채권 증가분을 고려할 때 1조4000억원 규모의 매각ㆍ상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은 부실채권 매각이 일시에 대규모로 이뤄지면 수요자 위주 시장이 되면서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기업여신 비중이 큰 일부 은행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기업들의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은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연말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부실채권 비율을 재조정하거나 회생계획이 짜여져 있는 기업들은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방침대로 (회생절차 기업들까지) 한꺼번에 부실채권을 정리할 수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