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어민 대책은 소홀한 채 자유무역협정(FTA)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농어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 하반기 FTA 홍보를 위해 일반예비비 62억원을 추가로 배정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올해 배정된 예산 18억원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을 긴급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하반기 중 신문과 방송, 지하철 광고매체 등에 두 차례 이상의 캠페인 광고를 집중 게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올 하반기 FTA 홍보에 적극 나선 것은 올 가을 국회에서 처리될 FTA 비준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대 국민 홍보전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6년 타결된 후 2년 넘게 비준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한-미 FTA를 비롯해 한-EU FTA와 한-인도 CEPA 등이 9월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FTA 협상을 개시했던 2006년과 반대 여론이 확산됐던 2007년에 각각 70억원과 120억원을 광고홍보비로 쏟아 부었으며, 지난해와 올해에도 각각 34억원과 18억원을 집행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한-미 FTA와 한-EU FTA에 대한 국회 비준이 추진되고 있고 최근 서명한 한-인도 CEPA에 대한 대국민 홍보 필요성이 있어 홍보비를 추가로 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전국 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너무 FTA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FTA 체결국가가 점차 늘어나면서 농어민들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는데 피해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FTA 피해계층 대책은 지난 2006년 한-칠레 FTA 체결 이후 4년간 실제적으로 진전된 게 하나도 없다"면서 "농가는 해마다 수없이 쓰러지는데 정부는 FTA 홍보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4년 전 내놓은 119조 지원 방안도 사실은 농식품부의 10년간 예산에 불과할 뿐"이라며 "정부 부처의 예산을 마치 피해 계층에 대한 대책인 것처럼 포장해 농어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제시하는 보조금이나 융자 지원마저도 농어민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구조조정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급하겠다는 보조금이나 융자 지원의 상당부문은 폐업이나 이동을 전제로 하는 게 많다"면서 "이는 지원 방안이 아니라 농가의 폐업을 유도하는 구조조정 촉구방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진정으로 농어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