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며 그동안 환율 하락 기조가 변곡점에 도달한 것인지 여부를 놓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사이에 관심이 뜨거운 모습이다.
그동안 국내외 금융시장 개선 움직임을 반영하며 1200원대 초반 부근까지 떨어졌던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무려 나흘간 24원 급등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은 무엇보다 역외 세력들이 주도했다는 평가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그동안 팔아놓은 달러를 중립으로 맞추고자 달러를 다시 사들였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그간 급락에 따른 반작용과 글로벌 달러화 강세, 그리고 국내외 증시의 높아진 조정 압력으로 오름세를 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 요인이 크기 때문에 환율의 하락 추세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은 지난 7월 초의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보이는 모습"이라며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와 넉넉한 국내 외환보유고 등에 비춰볼 때 최근 외환시장내 불거진 불안 요인은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이후 국내 경기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며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경기 회복의 1차 요인이라면 2분기 산업활동 동향을 통해 확인된 설비투자의 회복과 무역수지 흑자세 지속은 경기 회복의 2차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안정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달러화 강세가 일시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도 상당히 진정됐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스프레드는 작년 연말 이후 꾸준히 축소되는 모습이다.
8월 중순 현재 Baa 등급 회사채와 미국채 10년물 수익률 차이는 2.85%포인트로 지난 7월에 비해 무려 85bp 축소됐고, Aaa 등급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36bp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실물경기 회복 기대감을 금융 시장이 반영한 결과로 풀이되며 금융시장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의 매수세가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작년 하반기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단기 외채 상환 압력이 커져 현물환 수요가 급증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금융시장 여건 변화는 수요 측면에서도 국내 외환 시장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외국계은행의 한 스왑 딜러는 "작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국내 외환시장내 선물환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현물환이 지나치게 고평가되는 등 왜곡이 심했지만 최근 안정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외환시장내 이 같은 왜곡 요인이 해소되고 3개월물 스왑포인트 역시 약 11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평가하는 한국의 국가 신인도도 크게 개선됐다. 한국물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중순보다 무려 75bp나 떨어져 8월 현재 123.7bp를 기록중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7개국의 평균 CDS 프리미엄이 같은 기간 53bp 축소됐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금융시장에서 만큼은 적어도 여타 주변국 대비 빠르게 호전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3월부터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세 행진이 지속되는 모습이고 외국인 투자가들은 7월 한달 동안 5조6000억 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8월에도 지난 10일까지 1조7000억 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중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이에 "외국인 주식 순매수 행진은 서울 외환시장내 달러 공급 여력을 확대해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라며 "지난 20거래일 연속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가 지속된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한달간 14.6% 상승했고 이러한 주가 강세가 국내 금융시장 펀더멘탈 개선으로 해석돼 환율을 끌어내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내 우리나라에 대한 시각이 예전과 달리 상당히 개선된 모습이고 시장 전반적으로 보더라도 투자자금 유입 요인이 유출 요인보다 많다"며 "전날 미 연준을 통해 양적완화정책과 금융시장 개선 기미를 확인한 만큼, 달러화는 약세로 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