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의 비씨카드 지분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은 이번 주에 보고펀드와 비씨카드 보유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비씨카드 지분 16.83%를 보유한 2대 주주, SC제일은행은 14.85%를 가진 3대 주주다.
보고펀드가 두 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면 우리은행(27.65%. 이하 지분율)을 제치고 전체의 31.6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보고펀드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 인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며 "이번 주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도 “하나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며 일정상 곧 마무리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는 않은 상태” 라며 조만간 타결될 것임을 내비췄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의 주당 매도가격은 10만 원대로 총 매도금액은 2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고펀드는 지난 5월 두 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6월에는 비씨카드에 대한 정밀실사를 실시했다.
당초 보고펀드는 우리은행이 보유한 지분도 인수해 단숨에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었지만 순탄치 않자 소수지분을 가진 은행들과 접촉해왔다. 우리은행과 신한카드(14.85%)는 당분간 비씨카드 지분을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씨카드는 10개 은행과 신한카드가 전체 지분의 99%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기업.KB가 각각 4.95%, 부산이 4.03%, 대구.경남.씨티가 각각 1.98%를 보유한 소수주주다.
비씨카드 브랜드를 공유하는 주주들은 총 13명의 이사 중 9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대구.경남.씨티는 번갈아가며 1명을, 나머지 주주는 회사당 1명씩 추천한다.
보고펀드 측은 "지방은행을 비롯해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들과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지분이 적은 은행 주식을 다수 인수해도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씨카드의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하려면 전체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또 당장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지분을 인수하려고 해도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보고펀드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비씨카드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올해 안에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카드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우리사주조합(1%)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모두 확보하면 지분율 50%를 훌쩍 넘길 수 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변양호씨가 대표로 있는 보고펀드는 2006년 3월에 비씨카드 인수를 위해 우리.조흥.하나은행과 지분양수도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나 인수가 무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