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시중은행에 대한 유동성 관리 기준을 더욱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은행들은 앞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고 비상시에 대비한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은행권이 평소에 유동성 확보 노력을 상시적으로 기울이라는 금융감독당국의 취지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유동성 리스크 관리 기준'을 도입한 것은 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 권고에 따른 것.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의 시행으로 향후 은행들의 유동성 관리 실태와 목표치 달성 여부를 점검해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유동성 리스크 관리 기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유동성 리스크 관리 목표를 세워 신상품 개발 등의 주요 의사 결정에 이를 반영하고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양질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특히,스트레스테스트를 토대로 한 자본확충 노력은 금융위기가 닥친 뒤 정부의 공적자금이나 한국은행의 자금 지원에 매달리지 말고 은행 스스로 이를 대비하라는 것을 뜻한다.
단적인 예로 작년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고금리로 후순위채 발행을 급격히 늘렸던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은행들은 고비용(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은행 채산성이 악화되고 자산 건전성을 스스로 해치는 등 '제 살 깎아 먹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원화 및 외화유동성 비율 등 그동안 은행권 유동성 관리 감독을 위한 단순 지표만 점검하는 게 아니라 은행 유동성 관리 질적인 부분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에는 조달비용 상승,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하락, 소매예금 이탈 등 유동성 악화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지표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은 재무 상황과 조달 능력 등도 수시로 반영해 현금유출 등 유동성 리스크 허용 한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조기경보지표를 만들어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자금 조달원이 특정한 통화와 만기에 몰리지 않도록 만기분산 목표치를 세우고 다양한 통화로 영업하는 은행은 통화별 자금 조달원을 다변화해 리스크 분산을 유도하는 방안도 유동성 관리 감독안에 포함됐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유동성 관리감독 강화 조치가 은행의 외형 확장을 견제하고 보수적인 경영을 유도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자체적으로 위기상황에 대한 단계별 대응조치와 유동성 리스크의 적절한 통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국은 앞으로 유동성 리스크 기준안을 상시 점검 및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