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휴대전화망을 일시에 마비시킨 이른바 ‘유령콜’의 진원지가 대기업 통신사로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사건의 중심에 있는 LG데이콤은 유령콜에 대한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자 수습책을 내놓고 있지만,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교묘한 통신 편법, LG데이콤만 몰랐나
유령콜을 주도한 LG데이콤 A차장은 휴대전화를 유료ARS(전화자동응답서비스)에 착신해 허위 통화를 하면 거액의 접속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평소 알던 C(35)씨 등 통신업자 3명과 함께 지난 2007년 10월 M사 등 LG데이콤의 회선을 사용하는 ARS업체 5곳을 만들게 했다.
이들이 지난 2007년 10월부터 5개월 동안 올린 부당이익은 각각 14억원과 12억원에 달했고, LG데이콤 A 차장은 M사 1곳에서만 수수료 명목으로 2000만원을 챙기고 1200여만원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령콜은 한 대의 전화에 수십 대의 전화가 접속되는 것으로 일부 지역에 몰릴 경우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려 통화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지난 2007년 11~12월에는 서울 중구와 강남구, 송파구 등에서 10여분씩 전체 통화의 절반 가량이 끊기는 장애가 4차례나 발생됐는데 이것도 유령콜이 원인이었다.
유령콜 자체가 진원지 파악이 힘들고, 기술적 구조를 잘 알지 못하면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경찰도 수사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대해 LG데이콤 관계자는 “문제의 ARS업체들은 ‘이상한 콜’이 생성된다는 것을 알고 지난해 바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내부 직원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은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기업 통신사 내부 직원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이 확실해지면서 관련 업계와 이목은 LG데이콤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LG데이콤, 유령콜 정말 몰랐나?
이번 유령콜 사건은 경쟁사들이 ‘수상한 통화가 너무 많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덜미가 잡혔다. 통신업계에서는 LG데이콤의 통신 회선에서 수상한 전화가 폭주했는데도 이를 모를리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LG데이콤의 통신 회선으로 유령콜이 사용됐다는 것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경쟁사에서 항의할 정도였다면 내부 감시 모니터를 가동하면 충분히 알수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LG데이콤 역시 해명하는 상황에서 “문제의 ARS업체들은 ‘이상한 콜’이 생성된다는 것을 알고 지난해 바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해 어느 정도 이 부분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부 직원이 개입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문제’, ‘몰랐다’고 일관해 내부 감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장애가 일어나면 그 원인 파악이 가장 우선적으로 실행된다. 어느 통신사건 일반적 통화량을 파악하는게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유령콜로 인한 통신장애가 LG데이콤 회선이었다면 ARS업체와 계약 해지 이전에 내부 감사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한편 LG데이콤은 지난해 8월, 웹사이트를 허술하게 관리해 인터넷전화 가입자 중 1350여명의 신상 정보와 이용 요금 등 개인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