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대기업들과 하도급기업 간 불공정한 지위를 남용한 정황증거가 확인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LG전자와 그 소속 하도급기업 총 1465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일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1998~2008년 하도급기업의 유형자산증가율(생산시설에 대한 기업 투자결과)은 평균 15.37%였으나 대기업은 12.36%로 나타나 대기업이 원가절감을 위해 하도급기업에 설비증설 등을 전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채비율을 보면 대기업이 1998년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 평균 75.53%를 유지하면서 최근 몇 년간 평균 30%대로 떨어졌지만 하도급기업은 비교기간 평균 111.7%의 부채비율을 보여 대기업과 하도급기업간 경영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측은 "유형자산증가율·유동비율·총자본 및 설비투자효율 등의 측면에서는 하도급기업이 우월했고, 부채비율·출액영업이익률·1인당부가가치생산·노동소득분배율 등은 대기업이 우월했다"고 설명했다.
신생 하도급 기업일수록 불공정한 거래구조에 놓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생긴지 11~19년 된 하도급 기업의 평균 유형자산증가율은 11.47%에 불과한데 비해 6~10년밖에 안 된 하도급 기업은 평균 60.56%의 유형자산증가율을 보였다.
신생 기업이 대기업과의 협상력을 높이려고 시설투자비중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하도급기업의 이런 위험 선호를 활용해 대기업이 위험 전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게 연구소측 설명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전자산업은 기술혁신과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하도급거래를 공정하게 정착ㆍ발전시켜야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며 "불공정한 지위를 남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사후 규제장치 강화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엄정한 법 집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협상력열위 하도급기업들에 대한 이른바 '수탈적 행위'의 근절을 위한 다양한 보호조치 강구돼야 한다"면서 "하도급기업들이 원사업자의 불공정한 지위남용에 맞설 수 있도록 이들의 협상력을 강화시키는 법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독일 경쟁제한법 등 각국의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