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 재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갈등 심화

입력 2009-11-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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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생성장위·환경부 vs지경부·산업계 대결구조

오는 17일 우리나라의 2020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정부내 부처간, 정부와 재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등으로 대표되는 '급진파'와 지식경제부, 산업계 등으로 이어지는 '신중파'가 각각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치열한 물밑 로비를 벌이면서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급진파'는 '교토 이후'를 논의할 12월 코펜하겐 회의를 앞두고 국제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길 과감한 목표를 제시하자는 입장인 반면 '신중파'는 비의무감축국인 한국이 굳이 선두로 치고 나갈 이유가 없다며 감축 폭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말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주최로 열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를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8% 증가 ▲2005년 수준 동결 ▲2005년 대비 4% 감축 등 세가지다. 이 가운데 3안(4% 감축)이 가장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반영하고 있어 녹색위와 환경부가 선호하고 있다.

현재 온실가스 감축 목표 결정을 위한 찬반 논란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 및 녹색성장위원회가 감축 시나리오 중 가장 강력한 안인 3안을 내부적으로 잠정 결정했다는 정보마저 흘러나오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결정을 위한 사전조율 단계의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녹색위 측은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피할 수 없다면 '제3안'을 수용하는 것이 국제 사회가 원하는 '리더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기업엔 녹색기술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의견 조율과정에서 대세로 자리 잡을 경우 가장 강력한 안인 2005년 대비 4% 감축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아직 예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정부 부처 사이에서 시각차가 뚜렷한 상황이다.지식경제부 내부에서는 산업계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크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조찬 강연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해 "너무 급하게 가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도 이러한 맥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물경제와 국가 산업정책을 맡고 있는 책임자로서 실리와 현실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 장관은 "일자리는 몇 개가 줄어들지, 주력산업 경쟁력은 유지될 것인지 등을 점검해야 하며 감축의 실천 주체들이 과연 (감축 목표에 대해)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경제적 부담을 상당부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경부와 재정부는 1안 또는 2안쪽에 힘을 싣고 있다.

산업계도 노심초사다. 정부가 가장 강력한 '4% 감축'을 선택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들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종인 철강과 화학, 조선 등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훈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실 연구위원은 "국내 제조업은 선진국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높고, 에너지 효율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향후 우리나라에 기후변화협약 이행의무가 부과될 경우 국내 제조업, 특히 철강·석유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수출 증대와 생산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제조업 현실은 목표 달성은 차치하고 선진국 수준을 쫓아가기도 버거울 정도라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도 좋지만 실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재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얼마로 정해지든 실행 주체는 기업"이라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기업의) 부담만 높일 것이 아니라 재계의 고민과 호소에 귀 기울여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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