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 동안 중견기업들의 영역에 머물렀던 태양전지 사업에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TX그룹의 태양광 계열사인 STX솔라는 지난 2일 경북 구미에 연산 50㎿ 규모의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했다. STX그룹은 오는 2014년까지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300㎿까지 높일 계획이다.
한화석유화학도 울산에 연간 30㎿ 규모의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한화석화는 태양전지의 생산규모를 2012년 330㎿, 2015년 1GW까지 확대해 세계시장의 5%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9월 경기도 기흥공장에 결정형 태양전지 연구개발 라인을 가동했다. 2015년 태양전지 시장 선두에 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태양전지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에서 태양광 보급 확대를 토대로 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특히 태양광사업의 핵심이 태양전지에 있는데다 내년부터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미, 중국 등 태양광 지원 확대 정책과 함께 독일의 태양광 보조금 축소 이전에 발전 설비를 설치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세계 태양광 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내년 세계 태양광시장은 각국 정부들의 지원책 확대, 태양광 패널가 하락에 따른 설치비 부담 완화 등으로 전년대비 약 5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국내 대기업들이 태양전지 시장에 잇따라 출사표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동환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태양전지 사업은 국내 기업들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태양전지 사업에서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태양전지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거의 반도체 시장처럼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생산을 계속해야하는 상황(치킨게임)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각국이 태양전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그리드 패리티'를 전후로 '공급과잉-공급부족'의 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면서 "단기적인 위기와 손실에도 불구하고 생산 규모를 늘리고 버티는 기업만이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태양전지 가격의 흐름을 봐도 알 수 있다. 공급과잉으로 1년새 태양전지 가격이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그리드 패리티란 화석 연료로 생산한 전력과 태양광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가격이 같아지는 시점을 말한다.
태양광발전 시장조사 기관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국제 태양전지 가격은 10월말 기준 와트(W)당 평균 1.20달러로 지난해 10월(3.16달러)의 40% 수준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높게 형성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지역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공급과잉으로 급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저가 공세에 나선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각국의 정책으로 하반기 들어 해외에서 태양전지 수요가 다시 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가격이 되오르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는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진출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태양전지 상업생산에 들어가면서 공급물량이 더욱 확대돼 '치킨게임'이 불가피한 상황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전지 시장은 내년부터 공급과잉으로 1~2년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자칫 국내 기업간 경쟁으로 글로벌 경쟁을 하기도 전에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는 만큼 5~10년 뒤를 보고 자금력과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