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원화의 가파른 강세, 과도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외환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구소는 23일 ‘재도래 하는 원화강세와 한국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국내 외환시장을 교란시키는 단기외채 및 핫머니에 대한 규제를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강화하는 등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앞으로 전개될 원화 강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몇 년간 환율 수준보다는 높은 수준이겠지만 국내외의 불리한 여건을 감안하면 일정한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제하면서 내년의 국내외 상황은 과거 원화 강세기에 비해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국내적으로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수단 제한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 심화 ▲고유가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10% 하락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경제성장률을 1.13%p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추가로 국제원자재 가격마저 10% 상승할 경우에는 경제성장률이 1.52%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화 강세가 국내 산업의 수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원달러 및 엔달러 환율의 변동률이 각각 1%p 하락하면 국내 제조업 전체 수출 증가율이 각각 0.43%p, -0.50%p 영향을 받아, 엔달러 환율이 원달러 환율보다 수출에 더욱 민감하게 영향을 미쳤다.
즉 내년 원달러 및 엔달러 환율이 각각 1100원과 92엔으로 변동한다면 제조업 수출은 2009년에 비해 -5.9%, 0.9%의 추가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9개 수출산업 중에서는 가전, 자동차, 정보통신, 의류, 철강 산업이 환율 영향을 두드러지게 받았다.
한편, 수출에 미치는 변수 중에서 세계 경기(소득효과)가 환율(가격효과)보다 수출에 더욱 민감하게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으로 원화 강세는 상장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장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해외영업수지가 0이 되는 환율)은 최근 실제 환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1133원(2009년 2사분기 기준)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최근 개별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이 지난해 1사분기에 비해 폭 넓게 분포돼 있어, 실제 환율이 평균 손익분기점 환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 기업이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정부, 공기업, 금융회사를 통한 달러화 수급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또 외환거래의 저변 확대, 시장조성자 육성 등 외환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병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 특히 수출기업들은 당장 달러당 900원대의 강세가 나타나지 않더라고 불리한 국내외 여건을 고려해 환위험 관리 강화, 경영합리화, 사업구조 고도화, 현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나아가 원화 강세를 해외기술 및 자원 확보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