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제도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임자세액공제 제도를 둘런싼 재계와 정부간 공방이 치열하다.
재계에서는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이 제도 폐지가 신규 투자 의욕 감퇴와 신사업 진출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 및 업종별 협단체들은 이 제도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주요 대기업들은 상당한 세액 절감 효과를 누려왔다. 투자 규모가 클수록 세제 혜택도 컸다.
지난해에는 2조1148억원, 올해는 1조5000억~2조원가량 세금 감면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없이는 투자도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철강업계다. 한국철강협회와 회원사들은 이날 "임투공제 폐지시 유효세율 상승으로 투자여력이 축소된다"며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임투공제의 일몰연장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한국철강 등 5대 철강사들의 설비투자금액은 5조1192억 원이었으며 이들 업체가 받은 임투공제액은 2750억 원이었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경우 2010년 생산을 목표로 충남 당진에 고로 제철소를 건설 중이기 때문에 임투공제 폐지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로 임투공제 폐지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지만 철강업계의 지난해 R&D 세액공제는 47억 원에 불과하다"면서 "임투공제가 일시에 폐지될 경우 설비투자 비용이 12% 이상 늘어나 이미 확정된 투자계획의 집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KT·SK텔레콤·LG텔레콤 등 통신사업자 역시 정부 측 폐지 움직임에 대해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통신사업자 전체 세액 공제 규모 가운데 통신 설비 투자에 따른 세액공제 비중이 92.4%(3216억원 중 2972억원)에 달하고 있어 다른 산업에 비해 제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전자업계나 석유화학업계 등도 "정부가 기업들에 투자를 늘리라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정작 기업들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귀 기울려 듣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투공제를 바탕으로 중장기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갑자기 없앤다고 하면 누가 마음먹고 투자를 결정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소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는 임투공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지식경제부는 공제세율 인하를 차등화하는 방법 등으로 일괄적인 폐지를 피해가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투자세액공제가 기업에 대한 단순 보조금 성격으로 변질됐다며 폐지론을 고수하고 있다.이에 따라 이 문제를 다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격론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정부가 경기 조절 등 특정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기업이 기계장치나 설비 등 사업용고정자산을 새로 사들일 때 투자금액 중 일정액을 산출세액에서 감해주는 제도다. 1982년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8년을 제외하고는 20년간 운영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