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추진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기업이 적대적 공개 매수 위협에 놓이는 사례는 매우 드물어 그 필요성이 미약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00년부터 지난 9월 말까지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공개매수신고서 83건을 분석해 25일 발표한 결과로는 경영권 장악을 위한 적대적 공개매수가 15건으로 전체의 18.07%에 불과했다.
공개매수제도는 상장주식을 일시에 대량으로 사겠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적대적 경영권 인수 시 활용되는 가장 대표적이고 흔한 방법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나머지 68건(81.93%)의 공개매수는 기존 경영진의 경영전략상 필용나 기존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측은 "공개매수의 대부분이 적대적 경영권 인수 목적이 아니라 기존 경영진의 경영전략 등을 이유로 이뤄졌다"면서 "적대적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 비율은 상당히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적대적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는 발생빈도로 따져도 연간 1.6회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우리나라에서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이 필요 없다는 강력한 방증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또 "1604개의 상장회사 가운데 적대적 공개매수를 경험하는 회사가 1년에 겨우 한 회사만 나오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적대적 공개매수가 더 활성화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지배권시장 (market for corporate control)의 활성화는 경제전체의 활력을 증진시키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일정 지분 이상의 주식취득 등 회사 이사회의 의사에 어긋나는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사들일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적대적 M&A 시도자로 하여금 지분 확보를 어렵게 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