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LPG 공급업체에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LPG 가격이 자율화된 이듬해인 2002년 10월에도 당시 LG칼텍스가스(현 E1)와 SK가스에 대해 담합 혐의로 30억원 가량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2002년 10월 제재를 받았을 때도 담합 사유는 비슷했다.
LPG 가스 수입을 양분하고 있는 E1과 SK가스가 매월 LPG 판매 가격을 사전에 서로 교환해 서로 가격을 맞춰왔고, 4개의 정유사에도 매달 문서로 충천소 판매 가격을 통보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이다.
결국 LPG 공급업체의 담합이 지속되는 이유는 독과점적 산업구조를 띠고 때문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독점적인 권한을 누리는 데다 업체가 제한돼 있어 그만큼 가격 공조가 쉽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LPG업계의 경우 수입을 2개 회사가 독점하고 있어 담합이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며 "LPG 시장을 보다 경쟁적인 구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정위의 결론에 고개가 가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난 6년간 담합을 해왔다면서 LPG업체간 시장 점유율이 변했다는 것이다. 흔히 담합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높은 이익률을 남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어느 기업이 자신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데도 담합을 유지하려고 할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담합을 했다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LPG판매 시장점유율을 보면 이 기간 동안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3개사는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LPG 수입업체인 E1과 SK가스, 등은 점유율이 늘었다. SK에너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시장경쟁 구도로의 업계 재편도 주장도 '탁상행정'으로 끝날 소지가 많다.
LPG 업계가 돈이 되고 투자에 따른 이익이 나면 수익을 원하는 기업이면 사업을 추진할 것이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실상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십수년간 과점체제를 유지해 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2003년부터 LPG수입을 준비해온 하나에너지는 수입인가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LPG저장기지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삼성토탈이 LPG를 직수입하면서 민수용으로도 판매를 할 계획이지만, 이 마저도 회사 내 나프타 제품을 대체해 사용하고 난 후 남은 물량에 대해서만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매년 LPG 수요가 감소하는 것도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는 요소다.
자동차 연료로 많이 쓰이는 부탄의 경우 택시 등 수송용은 수요가 정체 상태에 있으며 가정 및 상업용으로 쓰이는 프로판은 매년 5%씩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신규 업체에 대한 유인책 없이 시장경쟁체제를 만드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LPG의 경우 서민생활과 밀접한 만큼 담합을 했다면 다른 제품과 다르게 더욱 강한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LPG 가격결정구조가 지난 2002년 공정위 제재 후 LPG업계가 새롭게 만들어 공정위에 보고를 해 인정을 받았던 부분이라는 점을 염두해 둘 때 업계와 시민단체, 공정위가 모두 납득할 만한 방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결국 몇년 후 공정위가 다시 제재를 가할 경우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단지 기우일지 고민해 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