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연구개발(R&D) 경영이 무색하게 됐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지정하는 '10대 신기술' 선정에서 2년 연속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17일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009년도 대한민국 10대 기술 발표'에서 하나의 기술(제품)도 지정받지 못했다. LG가 그룹차원에서 올해 R&D 분야에 사상 최대 규모인 3조5000억원을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맏형 LG전자의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10대 신기술 선정은 매년 말 지식경제부가 올해 국내에서 개발된 세계 최초ㆍ세계 최고의 신기술 제품중에서 경제적으로 파급 효과가 큰 기술(제품)을 지정ㆍ발표하는 형식이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돼 올해 11번째를 맞았다. LG전자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9년 동안 10대 신기술에 선정됐었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누락됐다.
LG전자는 올해 기계항공 분야의 장치기술을 지경부에 심사 의뢰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가전이나 휴대폰 분야가 아닌 기계장치 분야의 기술을 응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분야에서는 올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현대자동차의 '독자개발 V8가솔린 타우엔진'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신기술에 선정되면 기술력과 제품력을 인정받는 것이어서 기업 브랜드는 물론 제품 홍보에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대 신기술로 선정된다는 것은 제품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이어서 제품을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지경부가 지정하는 '10대 신기술' 대상 응모 경쟁률은 약 3대1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TV와 휴대폰 관련 기술을 올해 10대 신기술 대상으로 응모하지 못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울트라 슬림 LED TV로 올해 초부터 LED TV 열풍을 조성할 정도로 성공했는데, LG전자가 LED TV를 '10대 신기술' 응모대상으로 올렸다가 밀리게 되면 후유증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내년에 처음으로 시상할 예정인 일명 '녹색기술대상'에 자사 제품을 응모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그린 기술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부터 이른바 'R&D 경영론'을 거론한 것을 비롯해 3월에는 LG전자 서초 R&D캠퍼스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연구시설을 살펴보는 등 LG는 그룹차원에서 R&D 경영행보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