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산업계가 한미 FTA의 지연으로 한국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며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최근 한미 FTA 비준이 지연되고 있는 동안 한국정부가 EU를 비롯한 각국과 맺은 FTA를 먼저 발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 무역협회는 미 산업계는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의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 작성에 앞서 제출한 100여건의 의견서들을 분석한 결과 15개 단체가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무역대표부가 노력해 줄 것으로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준을 촉구한 단체들은 한미 FTA 비준이 지연돼 한국이 EU 등 다른 나라와 맺은 FTA가 먼저 발효될 경우 한국시장에서 경쟁열위에 놓이게 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감자와 밀 생산자단체는 한국시장에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 시장을 빼앗기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증류주협회는 한·EU FTA가 먼저 발효될 경우 EU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확고한 경쟁우위를 구축, 미 증류주의 기반이 상실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미돼지고기 생산자협회이 경우 현재 한국은 수입산 돼지고기에 18~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EU가 한국과 FTA를 체결한 만큼 한미 FTA의 조속한 이행을 통해 한국시장에서 이들 경쟁자와 동등한 경쟁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긴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7~8년 전과 달리 미 산업계이 한국시장 접근에 대한 불만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접근 불만사항을 담은 의견서의 분량면에서도 EU, 중국, 일본 등에 대한 불만사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7~8년 전만해도 미 산업계가 한국으로 수출하는 농산물 대부분과 다수의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에 대해 많은 불만을 제기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개방 노력이 미 업계의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식물, 식품, 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 단체들은 여전히 한국시장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일부 농수산물의 고관세(18~304%)와 까다로운 위생검역, 식품에의 식용색소 사용금지 및 주의라벨 표시의무, 중복적인 시험 및 인증요구, 미흡한 의료보험수가 보상 등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 업계의 의견서를 통해 볼 때 한·EU FTA 발효가 한미 FTA 비준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