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매물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지금,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 M&A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한 반면, 금융감독원 이장영 부원장은 "해외 진출에 있어서 M&A만이 아닌 현지법인 또는 업무분장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면서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위기 이후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미래비전' 세미나에서 민유성 회장은 'M&A 활성화를 통한 금융회사 성장 전략'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장영 부원장은 민 회장의 발표가 포함된 '세션 2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의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민 회장은 "볼커룰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되지만 M&A의 최적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금융 교두보를 설치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함께 고려되야 한다"고 발표했다.
민 회장은 씨티그룹과 HSBC 등을 예로 들면서 현지화 전략과 M&A를 통한 성장을 높이 평가하며 국내 금융회사도 해외 M&A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장영 부원장은 토론에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방안이 꼭 M&A에 국한될 수 없다"며 "해외진출을 고려한다면 현지 회사와의 합작, 업무분장, 현지 법인의 설립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몇몇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고 해외 금융사를 인수했다가 커다란 손실을 본 경우가 많았다"며 "해당 회사의 자산 건전성과 안정성 등을 신중히 파악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심사숙고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최근 태국 시암시티은행 인수전을 포기했다. HSBC와의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시암시티은행의 가격이 높아지고 태국 정부가 일정 지분을 소유할 것을 조건으로 내건 이유로 인수전에서 빠지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민유성 행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대화 중 산업은행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성패는 모두 산업은행의 몫"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민 회장도 "금융당국에서 모든 것을 산은에게 맡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