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자녀·무주택자가 상팔자

입력 2010-10-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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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다 집을 마련하려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잖아요. 집을 사기 위해 신랑과 여행이나 외식, 부모님 용돈, 취미활동인 사진촬영까지 말이에요. 말 그대로 하우스 푸어가 되는 것인데요. 아이도 가지지 않기로 했어요. 집과 아이를 포기하는 대신 하고 싶은 것 실컷 하면서 둘만의 행복을 찾아갈 거예요.”

올해 32살의 예비신부 이선영씨는 얼마 전 신혼집을 구하려 서울 남부 지역을 이 잡듯 샅샅이 뒤지며 다니다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마침 집값이 많이 떨어져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살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 전세로 결심했다. 그러면서 신랑이 될 남자친구와는 무자녀·무주택자 살기로 의기투합(?)했다.

그녀는 왜 집 살 생각을 접어 버렸을까? 아이는 왜 갖지 않기로 했을까? “집을 살 생각을 잠깐 했을 때 여기저기 알아보니 우리나라는 ‘빚 권하는 사회’더라고요. 그런데 잘못하면 평생 집에 매이게 되잖아요. 빚 갚느라.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려는 사람도 크게 줄어든 것 같고요. 차라리 그 돈으로 해외여행이나 사진 등 취미활동과 자아(自我)찾기에 나서고 싶어요.”

이씨의 자녀문제에 대한 인식도 같은 선상에 있다. 이씨는 자녀교육을 위해 무리하게 빚을 지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들어갔다가, 대출이자를 갚느라 막상 은마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강북구의 다른 곳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친척 오빠의 사례를 들며 주(住)테크에도 실패하고, 자녀교육도 뜻대로 안됐다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이러한 일들이 자신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배우자를 만나 집을 장만하고,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평생 짐’이 될 수도 있는 사회구조의 단상(斷想)을 보는 듯해 마음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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