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카드업계의 이용 실적은 증가하겠지만 수익성 개선은 악화될 전망이다. 이는 내년 3월 KB카드가 분사돼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구 등 영업 환경은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신용카드 이용 실적은 38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7조2000억원보다 9.9% 증가했다.
반면 올해 3분기 기준 순이익은 1조3900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4600억원에 비해 오히려 4.8% 감소했다. 이용 실적은 증가하는데 순이익은 감소하는 상반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해 주춤했던 카드이용 실적은 올해 들어서 경기가 회복되고 민간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카드 결제 범위가 확대된 것도 이용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영업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순이익은 감소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 3월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했다. 영세 가맹점 및 재래시장은 2.0~2.2%에서 1.6~1.8%로 0.4%포인트 낮추고 중소 가맹점은 2.3~3.6%에서 2.0~2.15%로 0.3~1.45%포인트 낮췄다. 카드사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2%의 수수료 인하는 카드사들에 적지 않은 타격이다.
현금대출의 이자수익(수수료) 감소도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에 한몫 했다. 카드사들은 올 들어 0.3~0.6% 가량 부과하던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를 전면 폐지했다.
1~3%에 이르던 카드론 취급 수수료도 잇따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입 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감소하고 카드론 수수료 수입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8% 낮아졌다.
또한 지난해 말 하나SK카드가 출범하고 KB카드, 우리카드, 농협카드 등이 분사를 거론하는 등 신규 사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회원 유치 경쟁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전업계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신규 회원 확보를 위해 모집비용으로 사용한 금액은 25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56억원보다 46.5% 늘어났다.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올해 나아지지 않았던 카드업계의 수익성은 내년에 더욱 부진해질 전망이다.카드업계는 지난 2007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금융 감독 당국과 가맹점 측에서는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수수료도 내부적인 회원 관리나 외부의 지적에 따라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내년 1분기 KB카드가 분사하고 KT가 BC카드 지분 인수를 통해 카드 사업에 진출하면 카드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영업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카드가 1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조정하고 신한카드도 희망퇴직을 검토하는 등 카드업계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도 내년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KB카드가 분사하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한 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카드업계는 규제와 경쟁 양쪽의 심화로 수익 규모는 커질지 몰라도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